▲고려 말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한 세금을 납부하고, 국가로부터 도첩을 받아야 했다. 도첩을 받기 위해 납부하는 세금은 신분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양반은 포 100필, 양인은 150필, 천인은 200필이었다고 한다. 조선 세조 때는 자격요건을 강화하여 시험에 합격한 자 중 포 30필을 바치는 자에게 승려 자격을 주었다고 한다. 승려 자격 및 세금부과에 관한 내용은 경국대전에 법제화 되었으며, 숭유억불정책이 극심해진 성종 23년에는 도첩제 자체를 폐지해 승려가 되는 길을 막아버렸다고 한다. 그 후 중종 20년 다시 도첩제가 시행됐고, 폐지와 시행이 반복됐지만 명확한 사실은 승려에게 세금을 부과했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이 “원칙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돼야 한다”며 “종교인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종교인 근로소득세 과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이후 논란이 뜨거워지자 “종교인 과세 발언은 원론적인 입장을 언급한 것으로, 적용시기와 방법 등은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하루 만에 한 발 물러섰다.

▲헌법 38조는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득세법에도 종교인 면세에 관한 근거 규정은 없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종교인에게 세금을 면제하는 관습이 생겨났고, 현재까지 관행적으로 면세 혜택을 받아온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종교단체의 공식적인 보시금과 헌금이 연간 6조 2천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내게 하려면 고용주가 있어야 하는데 일부 개신교 목사의 경우 “하나님에게 고용돼 있다”고 주장하거나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닌 성직자이며, 종교 활동은 근로가 아닌 봉사”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납세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종교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성직자도 국민이므로 예외 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세무조사를 통해 종교를 간섭하려한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ㆍ우려와 달리 일부 종교인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고, 불교계도 소득세 납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물론 과세기준을 일반인과 종교인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교인들도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하는 국민인 만큼 정부는 종교인에 대한 합리적인 과세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