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철우 동문

여의도 방송가에는 많은 동악의 코끼리들이 방송현장을 누비고 있다. KBS 기자 김영은·신봉승, MBC 아나운서 김정근, 촬영감독 김만태, 연합뉴스 특파원 맹찬형(제네바), 한상용(카이로) 등등.
그런데 이들이 어인 일인지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고 길거리로 나와서 파업투쟁중이다. 이들의 요구는 공통돼 있다. 친정부성향의 사장들(일명 낙하산 사장)의 퇴진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일한 김인규(KBS), 김재철(MBC) 씨가 공영방송의 사장이 되면서 정치, 자본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보다는 노골적인 정권 편들기와 정권 홍보성 방송을 만들었고 이에 반발하는 언론인들은 해고와 중징계를 당해야 했다.

KBS의 경우 탐사보도팀이 해체되었고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등의 프로그램이 사라졌으며 이승만, 백선엽이 역사적 평가를 뒤로 한 채 미화됐다. G20, 천안함, 4대강 등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한 현 정권의 입장이 어떤 비판도 담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MBC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은 ‘한미FTA’편이 국외 취재까지 마친 상태인데도 경영진의 압력으로 3주째 방송을 못내보내고 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중의 하나인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사라진 것이다. 낙하산 사장들에 의해서.

현재 KBS, MBC, YTN, 연합뉴스가 벌이는 파업은 지난 4년간 일그러진 언론인들의 자화상에 대한 자기반성이며 국민들에 대한 사죄의 자리이다.
“Reset KBS, 국민만이 주인입니다”(KBS),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MBC)의 슬로건처럼 언론이 올바로 서는데는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절대적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 권력이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해가 올해다. 4월, 12월, 젊은 후배들의 관심이 좀 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비도 많이 내리고 추운 저녁, 보신각 앞 언론노조 집회에서 가슴 벅찬 장면을 마주했다. KBS, MBC, YTN 연합집회를 준비한 언론노조 강성남 수석부위원장, 사회를 보는 김정근, 성명서를 낭독하는 김영은, 그 모든 걸 기록하는 신봉승 모두가 자랑스런 동악의 언론인들이었다.
각자 맡은 언론의 현장에서 동악의 패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들이지만 언론인으로서 양심과 원칙에 어긋나는 불의와 비상식에 맞서 떨쳐 일어나는 동문 언론인들을 보며 새삼 동국인임이 행복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