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재현 교수

자원봉사라는 말은 라틴어의 Voluntas, 즉 자유의지라는 원어에서 유래했다.
물론 현재 사회복지 분야를 비롯하여 교통, 선거, 징계 등의 사회 전반으로 그 사용 영역이 확대되면서 의미가 희석되기도 했지만 자원봉사의 핵심이 자발성에 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지극히 분명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사회의 나눔 문화는 기부 문화와 자원봉사 문화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일환으로 기업과 사회 지도층이 실시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 역시 나눔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 다소 개인주의적이라고 평가절하 되기도 하는 서구의 삶의 양식에서도 이 부분만은 분명 인정할 만한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자원봉사라는 개념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기부 문화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를 소유의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고 나눌 수 있는 것이 풍족한 사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소극적인 경향이 크다. 게다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문화가 헌신에 상응하는 영리적 보상을 기대하는데 익숙한 구조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봉사활동은 학습활동이나 수행과제의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일정한 시간을 이수하고 기록을 확인받는 구조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자원봉사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자원봉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배우고 나눔의 본질에 대해 체득하기보다는 좋은 커리어나 취업에 이로운 기록을 남기기 위한 용도로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쏟은 노력의 대가를 누리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지만 중요한 건 자원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나의 이득이 앞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원봉사를 통해 체득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과 봉사자로서 향유하는 기쁨은 절대 계산적인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실리적인 기브 앤 테이크(give-take) 문화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삶이란 단순히 기계적인 주고받음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나 온기를 나누는 삶이 그렇다. 이타적인 삶을 사는 인간이 훨씬 더 높은 행복의 가치를 느끼고 물질적 보상보다 심리적 만족이 훨씬 더 지속적인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야 말로 나눔의 문화만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보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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