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의 당찬 반란. 그녀들의 도전, ROTC의 하루

“여자인가? 아닌데? 여자다!”
학군후보생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으레 남자만의 전유물이었던 캠퍼스 내 검은색 제복, 각 잡힌 베레모가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3년 전만 해도 학생군사교육단(ROTC)은 금녀(禁女) 지역이었다. 2010년 처음으로 여대생들에게 문이 열렸고 2011년에는 4년제 109개 대학에서 여자후보생의 선발이 이루어졌다. 우리대학에서는 최종적으로 4명의 여학생이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학군후보생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자후보생들에게 뒤지지 않는 ‘충성’소리와 당당한 발걸음으로 무장한 우리대학 제1호 여자후보생들의 일과를 소개한다.

#05시 30분 기상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일반 대학생은 아직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 청량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고아라(사학3) 후보생은 학교 갈 채비를 마쳤다. “평일 아침마다 있는 체조와 구보를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돼서 그런지 알람시계 없이도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08시 만해광장 집합
아침 일찍부터 만해광장은 초록물결이다. 후보생들은 2명의 중대장이 외치는 구령에 맞춰 국군도수체조를 실시했다. 국군도수체조란 도구나 기구 없이 하는 체조를 뜻한다. 아침이라 졸릴 법도 한데 누구 하나 요령 피우지 않고 열심이다. 도수체조 후 남산 산책코스로 이동했다.
“하나 둘 셋 넷” 남산의 아침을 깨우는 구령 소리와 함께 시작된 3km 구보. 여자후보생이라 대열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했다면 오산. 현재 3중대 2소대장을 맡고 있는 김세나(경행3) 후보생은 소대원 33명을 이끄는 리더로 다른 소대에 뒤처지지 않게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김 후보생은 2009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훈련 중 부상을 당해 자퇴하고 이듬해 우리대학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다. 직업군인의 꿈을 안고 여자 ROTC의 길을 택했다. 올해 1월 1일, 중앙군사학교에서 집총 제식, 사격, 총검술, 총기분해 등 군인화 교육 과정을 2주간 받으며 정식 여자후보생이 됐다.
할아버지는 직업군인, 어머니는 간호장교였던 고아라 후보생은 어릴 적부터 군대 문화를 많이 접했다고. “생전 처음 받아보는 훈련이었지만 여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강도였습니다. 다만 정신적으로 남자후보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습니다.”

#08시 30분 샤워, 식사
아직 서늘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초봄. 하지만 구보가 끝나니 온몸엔 땀범벅이다. 환복(換服) 후 강의를 들어야 하나 마땅한 샤워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박주현(경행3) 후보생은 “원흥관 샤워장에서 찬물로 씻어야 하고 여의치 않을 땐 물티슈로 대충 닦습니다. 그나마 여자후보생은 형편이 낫습니다. 남자후보생들은 샤워기 9개로 120여 명이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후보생은 “1년 전 여자ROTC 유치에 성공한 숙명여대, 성신여대와의 시설과 비교하면  부러운 점이 많습니다. 지금같은 시설이 지속된다면, 이후 들어올 후보생들도 똑같은 시설 속에서 지낸다면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대학 ROTC측에서는 샤워시설 개선방안을 세웠으며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09-11시 군사학 수업
남도휘(영통3) 후보생은 군사학 수업을 들으면서 “생전 처음 듣는 과목이라 용어도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날이 갈수록 국가관도 생기고 군인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납니다”라고 했다. 이어 “훈육관님과 4학년 선배들께서 여자후보생이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어색해하지만 잘 대해 주십니다. 이분들과 함께 생활하니 더욱 배울 게 많습니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후 각자 캠퍼스 생활
군사학 수업을 끝으로 평일 공식적인 ROTC 일정은 끝. 하지만 여자후보생들의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 후보생은 “여자 ROTC에 곱지 않은 시선, 편견이 많습니다. 그래서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힘들지만 적성에 맞아 즐기고 있습니다. ‘여군’이 되고 싶은게 아니라 ‘군인’이 되고 싶어서 ROTC에 지원한 만큼 후회없는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고 후보생 역시 “처음엔 ‘충성!’ 경례 소리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군대가 여자를 차별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대우해주는 공간이라 느꼈고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니 매우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밝혔다.
3학년 후보생들의 훈육을 담당하는 김기호 훈육관은 “여자후보생들이 주변의 시선이 있다 보니 남자후보생들보다 노력한다. 별다른 혜택 없이 경쟁하지만 성적이 상위권”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녀들의 봄은 이제부터
바야흐로 봄이다. 만남의 계절이고 소개팅, 미팅이 만개할때다.
“소개팅, 미팅같이 일반 여대생의 생활을 쉽게 누리지 못해 조금 아쉽지만 제복이 치마라 괜찮습니다(웃음). 그리고 일반 여대생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저희는 누립니다.”
이들에게 봄은 따로 있었다.
석달 만에 여대생에서 여후보생으로 완전히 탈바꿈 된 그녀들의 학군단 생활을 다같이 응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ROTC란? : 학생군사교육단(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ROTC)은 대학 재학생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하여 2년간의 군사훈련을 함으로써 대학의 전공학문 완성과 더불어 소정의 군사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문무겸전의 우수한 장교를 양성하는 제도이다.

지원자격 : 대학 재학 중인 남학생(1, 2학년), 여학생(2학년)으로서 임관일 기준 만 20~27세인자는 지원 가능하다.

선발방법 : 남성 ROTC는 대학별 자율경쟁이고 여성 ROTC는 지역별 모집인원간 자율경쟁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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