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문규 교수의 독서산책

공학기술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역사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동서양의 역사를 배우고 그 속에서 우리 인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닫는 것은 우리 삶을 보다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역사책들이 있지만 그 중 15권으로 이루어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게 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천년 제국 로마의 흥망을 일반인이 읽기 쉽게 풀어쓴 역사 소설로 봐야하겠지만 로마를 사랑하고 더 나아가서 인간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저자의 식견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고 난 후 우연히 찾아온 로마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처럼 오래되고 폐허로 변한 유적지가 이천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생생한 현장 답사로 이어졌다.

로마제국 시대 다양한 영웅적인 인물의 등장과 퇴장,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졌던 권력 암투와 다른 나라들과의 전쟁 등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영감을 자극한다. 로마의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간의 큰 스케일로 우리의 삶을 조명해보는 것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로벌화에 대해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던 로마인들의 지혜는 현재도 적용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소통을 위한 고속도로의 건설, 타민족에 대한 포용과 배려의 정책 등은 다민족 국가로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통신 수단은 날로 발전하는데 대학 내 전공 간, 각 주체 간의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가 바뀌면서 우리 캠퍼스에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피부색이나 복장이 다르다고, 우리나라가 그들이 온 나라보다 조금 더 잘 산다고 천박한 문화상대주의로 그들을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그들의 종교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그들을 매도하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로마인의 해결 방식은 열린 마음, 즉 포용과 배려의 정신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이것이 로마가 천년 제국이 된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남을 인정해야 자신도 인정받는다는 너무나 간단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테러, 인종간의 갈등을 풀어가는 해결 방법이 그 옛날 로마인들의 해결 방식에 미치지 못함은 왜일까? 그러나 한편으로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영원한 것을 꿈꾸는 우리 인간들의 욕심과는 달리 결국 세상 모든 만물들이 흥망성쇠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가야 됨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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