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에 바탕 둔 방송 경영 추구”

▲ 임무혁 동문

지역방송국은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여론 형성의 구심점이고, 지역문화 발전에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강릉·속초 MBC 사장으로 영동지방 사람들과 소통하며 애환을 함께 하고 있는 임무혁 동문. 힘겨웠던 상황 속에서도 성실한 자세로 묵묵히 내공을 쌓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깊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났고 사채업자들을 피해 비오는 날 리어카에 짐을 싣고 월세방으로 가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정신이 바짝 들었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대학 진학 대신 바로 취직을 준비했다. 중앙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우체국에 발령받았다. 고단한 근무 속에서도 가족과 자신의 꿈을 생각하며 견뎌냈고,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학비를 마련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동국대에 지원하고 면접을 볼 때 ‘조금 늦게 들어왔습니다’고 하자, 이용택 교수님이 ‘공부하는 데 늦음이 어딨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네’라며 격려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우리대학과 인연을 맺고, 교수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얻었죠.”

결코 잊지 못할 분들이라며 회계학과 이용택, 윤종안, 김영청, 황용호, 정용근 교수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면서 그 때의 추억을 회고했다.
“회계학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끈질기게 몰두할 것을 강조하셨어요. 일생의 기초가 되는 회계학을 배웠고 또한 그 때 배운 성실과 인내는 직장,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이 되었죠.”
동기들보다 늦게, 고생해서 학교에 들어간 만큼 다른 데 한눈 팔지 않았다. CPA(공인회계사)반에서 2년간 실장을 맡으며 학업에 전념했고 일주일에 한두 번 교보문고에 들러 관련 서적들을 읽는 것이 취미였다. 그 결과 회계학과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당시 CPA의 문이 매우 좁았고 당장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취직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회계학에 대한 실력을 탄탄하게 다져놓았기에 대기업, 외국계 기업을 불문하고 지원한 모든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 때 윤종안 교수로부터 외국계보다 국내 기업이 안정성이 있다며 MBC를 추천받았다.
82년 MBC 공채로 입사해 회계부에서 일했다. 1년간 회사에서 보내준 미국 연수를 통해 선진국의 경영법을 배우고 시야를 넓혔다. 기획실로 발령이 난 후 임 동문은 철저한 사전 분석과 과감한 투자로 큰 수익을 냈다. 2014년 MBC가 이전하기로 예정된 상암동 부지를 매입한 것도 그 때였다. 그 후 기획실에서 기획부장, 예산부장을 맡으며 회사의 전체적인 업무를 10년 넘게 관할했다.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사람들의 신임을 얻었다.

“사실 전 살갑지도 않고 뻣뻣한 원리원칙주의자 기질이 있어요. 그 당시 선배들이나 상사들이 업무를 맡겨 놓으면 밤을 새서라도 그 다음날 항상 데이터를 딱 만들어 놓았죠. 그런 성실한 점에서 점수를 높게 주지 않았나 싶네요.”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늘 솔선수범했다. 당시 MBC 이긍희 사장은 “일을 시켜보면 확실하다”며 비서실장을 맡기기도 했다. 이후 재무운영국장, 미래전략팀장 등을 거치며 회사 내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러다가 주주총회의 결정에 따라 2010년에 강릉으로 내려왔고 작년에 삼척MBC 사장까지 겸직하게 되었다.
본래 강원도에 연고가 없었으나 순박하고 푸근한 인심의 강원도에 매료되면서 애착이 커졌다.

“강릉·삼척 MBC의 CEO로서 양질의 방송 컨텐츠를 만들어 영동지역 주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제가 맡은 책무이죠. 특히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자 해요. 여성,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장애인 등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민들이 살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반영하고 자주 주목받지 못한 부분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오지의 노인 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 회사에서 방청할 수 있게끔 하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 아산병원과 협력하여 의료봉사를 추진하며, 연말에는 적십자사에 배추 2천 포기를 기증하곤 한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환으로 관내 고등학교 40군데에 ‘강릉·삼척 MBC사장상’을 만들어 후원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 내부 직원들과의 관계 역시 중요시 여긴다.

“사장이라기보다는 대표사원, 사원 중에 대표일 뿐이에요.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사원들이 가족처럼 느끼도록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해요.”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특히 학습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지역대학과 MOU를 체결하여 직원들이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장중심경영’을 추구하며 여기저기 발로 뛰어다니고, 프로그램을 외부에서 만들 때면 꼭 방문하여 직원들과 함께한다. 작년 방송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 평가에서 MBC 전 18개 계열사 중 강릉 MBC가 최상위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임 동문의 열정과 아낌없는 인적·물적 투자가 좋은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전공 공부를 충실히 할 것을 당부했다.

“회계학, 경영학에서 만큼은 누구와 겨뤄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대학 다닐 때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자기 전공에 대해서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수준이라 자부할 정도로 철저하게 공부해두세요.”
직장 일과 병행하면서도 쉰 살이 넘어 경영전문대학원을 2년 반 동안 다니며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지금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데 있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에서 ‘실력에 근거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임 동문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임무혁 동문 프로필  
Δ1957년 서울 출생 Δ1975년 양정고 졸업 Δ1978년 동국대 회계학과 입학, 1983년 졸업 Δ1982년 MBC(문화방송) 입사 Δ2000년 기획부장 Δ2003년 비서실장 Δ2008년 재무운영국장 Δ2010년 미래전략팀장 Δ2010년 강릉 MBC 대표이사 사장, 한국방송협회 감사 Δ2011년 삼척 MBC 대표이사 사장 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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