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의 입장과 학문의 특성 고려하지 못한 채 추진돼

“너 이번 과제 점수 뭐야?”. “○○점 받았는데”. “정말 나도 너랑 별로 차이 없는데 내 점수가 더 낮네?”. 과제점수가 발표되고 나면 학생들 사이에 흔히 오고가는 대화이다. 과제를 제출하고 난 뒤 돌아오는 것은 점수뿐이라서 서로의 점수를 두고 논란이 된다. 과연 나의 과제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우리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39대 총학생회(회장=정형주ㆍ통계4)가 ‘리포트 빨간 펜 첨삭지도제’를 이과대학의 화학과와 물리학과에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의 요구를 들은 교수 중에도 개인의 사정 때문에 첨삭지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교수가 있다. 우리학교에 개설된 대부분의 수업에서 과제 첨삭지도를 받는 학생은 드물다.



경원대, 과제돌려받기 운동 성공적



지난해 경원대 법정대학에서는 이미 과제돌려받기 운동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수업과 관련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함으로 가장 일상적인 리포트를 돌려받는 것부터 시작했다. 교수들에게 과제를 돌려줄 것을 요청해 법정대학의 전체 교수가 참여하도록 이끌어냈다.


학기말에 이뤄진 리포트를 돌려받는 것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70~80%가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반면에 교수들은 리포트 첨삭을 하는데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이라서 부담스러워 했다.


올해에도 다음 학기부터 과제돌려받기 운동을 할 예정이다. 경원대 사회과학대학 황순섭(도시행정4) 학생회장은 “한 학기에 4개의 독후감을 쓰는 교양세미나 과목에서 교수님들에게 첨삭지도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강좌는 수강생이 15~20명이라서 교수님이 첨삭하는 데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수강인원이 적은과목을 시작으로 과제를 돌려주는 문화를 정착시켜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수, 과제 첨삭할 시간 부족



현재 많은 교수들은 리포트를 첨삭해서 돌려주는 데 시간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수업, 연구, 행정업무 등을 맡다보니 리포트를 첨삭하는 데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맡은 수업이 100명 이상이 될 경우 리포트 한 개를 보는데 5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총 50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리포트를 보는 데 고스란히 받쳐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인 만큼 효율적이어야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도 논란이 된다.


김대영(산림자원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내준 리포트는 수업시간 중에 직접 발표를 시켜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다시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리포트 첨삭과 발표라는 2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문특성 따라 첨삭의 중요성 달라



학문의 특성마다 리포트 첨삭필요의 중요성은 다르다. 인문ㆍ사회계열 학생은 논술형식의 과제가 많고 이공계열 학생은 문제를 풀어서 제출하는 과제가 많다. 인문ㆍ사회계열 학생이 자신의 서술한 내용에 대해 첨삭지도를 받게 되면 개요라든지 문장구조라든지 많은 도움이 된다. 공학계열 학생의 경우 제출한 과제에 대해 교수가 직접 풀이과정을 적어주는 것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형무(전자공학) 교수는 “문제 풀이과정을 적어주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학생들과 면담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학생들을 위해 더 낫다”고 말했다. 리포트를 첨삭해서 돌려주고 면담도 하면 금상첨화지만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면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 성실한 참여 요구돼



때문에 과제를 돌려받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학생들이 과제를 돌려받고자 하는 이유는 ‘내가 제출한 과제에서 어떠한 부분이 잘못됐는지’, ‘자신이 이 점수를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과제돌려받기 운동 취지에 대해 대부분의 교수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리포트 작성 시 학생들도 노력해야 할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요즘 학생들이 리포트를 제출할 때 인터넷에서 복사해 오는 경우가 있다. 김상일(국어국문학) 교수는 “리포트를 한 수업에서 받아볼 때마다 4~5명의 리포트의 내용이 엇비슷하거나 같다”며 “교수가 리포트를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일으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분량만 많이 해오거나 인터넷에서 복사해오는 등 학생들의 정성이 빠진 리포트를 받은 교수가 이것을 정성껏 평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학생들의 과제를 첨삭해주고도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강사가 있다. 학생들에게 내 준 독후감을 받아 읽어보니 인터넷에서 베껴온 흔적이 역력해서 당사자에게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러자 ‘○○○교수 점수 잘 안 준다’는 식의 소문이 퍼져 지난해 2학기 때는 해당 강사의 수업이 수강신청인원 부족으로 폐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수록 학생들의 신뢰는 떨어져 그들의 요구를 교수들이 들어주기 어려워질 것이다.


자신의 과제와 관련한 의문점에 대해 교수들은 최대한으로 해결주려고 한다. 다만, 학교의 교육환경과 맡은 업무량에 따라 교수가 첨삭지도를 해주는 정도의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 학생들은 무작정 ‘과제를 돌려 달라’는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점차 나은 교육환경이 조성되도록 요구해서 지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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