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2년 독일. 바이에른 어느 백작의 작은 영지에서 한 과부가 마녀로 지목되어 체포된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마녀 같은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집단은 개인을 마녀로 몰아간다. 마녀사냥은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되어 16세기 말에서 17세기가 될 무렵에는 유행처럼 번졌다. 초기에는 희생자의 수도 적었고 종교재판소가 마녀사냥을 전담했지만, 세속법정이 마녀사냥을 주관하게 되면서 집단적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오늘날 역사 속 마녀사냥을 보면 그저 황당한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최근 지하철 막말남, 국물녀, 임산부 폭행녀 등 각종 ‘남’과 ‘녀’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물론 과거에도 인터넷을 통한 마녀사냥은 있었지만 최근 SNS(Social Network Serviceㆍ소설네트워크서비스) 이용자 수의 증가에 따라 그 피해와 규모는 커지는 양상이다. 네티즌은 출처와 상황이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키고, 특정 개인을 마녀로 몰아간다. 그 과정에서 마녀는 악의적인 비난과 비방을 피할 수 없다. 법적 책임을 지기도 전에 이미 재판을 받는 셈이다. 최근 한 음식점의 폭행사건 진실공방 속에서 새로운 마녀가 지목됐다. 고객이었던 자가 SNS를 통해 “임산부임에도 종업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해당 음식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며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 그 후 경찰이 “조사결과 고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하자 방향을 잃은 비난의 화살은 해당 고객에게 돌아왔다.

▲그래도 중세 유럽의 마녀재판에서는 마녀로 규정짓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도 있었다. 네 가지 잣대를 들이대는데 억지로 눈물을 짜내게 하거나, 신체에 있는 사마귀나 부스럼 등을 바늘로 찔러 피가 나오는지 확인하거나, 달구어진 쇠로 지지는 것을 견디는지 시험하거나, 물에 빠뜨려 살아남는지 확인하는 등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방법이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시대의 마녀재판은 그러한 절차조차 없이 마구잡이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헌법에서도 금지된 ‘연좌제’도 적용되는데,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의 ‘신상털기’를 통해 가족과 지인들에게까지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은 익명의 광장이다. 재판하는 이들은 그 뒤에 얼굴을 감춘 사람들. 물론 집단속의 익명의 개인은 동조되기도 쉽고, 책임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옳지 못한 집단행동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돌을 던지기 전 이성적인 판단을 해보자. 지금 마녀에게 돌팔매질하는 당신도 마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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