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국회의원

지난 2월 13일 밤, 24명의 탈북자들이 중국의 함정수사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끔찍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내가 보낸 일 분 일 초는 노심초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나의 슬픔은 중국에 잡혀 있는 탈북자들이 느끼고 있을 북송의 공포와 좌절감,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나와 같은 안타까움을 갖고 자신의 가족을 구출하는 마음으로 많은 분들이 매일 중국대사관 앞에 모여 함께 해주셨다.

비록 생물학적으로나 언어적으로는 다르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켜내려는 전 세계 시민들도 세계 곳곳에서 각자 서한을 발송하고, 집회를 갖고, 서명에 동참하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중국외교부는 탈북자 처리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기존의 입장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스스로 밝히며 억류된 탈북자들을 북송시키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섭다. 우리가 집회를 시작한 후 일주일 사이에도 중국은 탈북자들을 계속 잡아서 내가 아는 탈북자 수만 24명에서 34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당장 내일이라도 북송되지는 않을까?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와 70대 노인도 포함되어있는데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받게 될까?

나는 가장 평화적이고도 가장 절실한 방법으로 단식하며 기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간절히 촉구하고 기원한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지 말아야 한다. 강제북송은 그 자체로 살인행위다. 중국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인권법과 난민협약에 따라 탈북자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도 촉구한다. 주권국가로서 더 이상 중국에게 비굴하게 침묵하지 말고, 국제법적 원칙과 인도적 간섭에 따라 중국과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

배고픔과 압제에 못 이겨 탈북한 이들은 명백히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우리 정부는 이들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 하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탈북자들이 북송되고, 이들이 끔찍한 고문과 처형에 죽어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우리 정부는 언제쯤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는 국가로서의 기본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작정인가?

그동안 우리가 탈북자들의 북송을 막아내지 못해 수 천 명이 공개 처형되거나 강제수용소에서 끔찍한 고문을 받다 죽어갔다. ‘다시 북송되어 공개 처형되거나 고문을 받게 하느니 사랑하는 내 딸에게 차라리 독약을 전해 달라’는 피맺힌 절규를 이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늦은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작지만 간절한 마음이, 그리고 마음을 함께 하는 많은 동국대 학생들의 염원이 한 곳에 닿아 소중한 결실이 이뤄지길 바란다.

박선영 의원은 지난 2월 21일부터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하던 중 단식 11일 차인 지난 2일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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