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이 둘러본 세계의 대학 <11> 카자흐스탄 알 파라비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 북부에 위치한 나라. 실크로드 교역로 상에 위치했던 카자흐스탄은 동양과 서방세계를 잇는 동서문화의 교착점이었다.
처음 카자흐스탄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왜 그런 곳을 가냐며. 하지만 나는 무언가 색다르고 모험적인 것을 도전해 보고 싶었다.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등으로 외국 한 번씩 못 나가 본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남들과 똑같은 경험과 똑같은 스펙으로 나를 채우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사실 카자흐스탄의 가능성과 나의 커리어를 염두에 두고 카자흐스탄 행을 결정했지만, 1기로 파견이 되고 국내에 카자흐스탄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 인상은 실망…사실 친절한 사람들
카자흐스탄에 도착해서 받은 첫인상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1인당 GDP가 약 8천 달러라고 들었는데, 공항의 규모도 너무 작았고, 알마티 도시의 쾌쾌한 매연 냄새가 나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오기 전부터 비자를 받는데 한 달이 걸리는 카자흐스탄의 행정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가졌었는데, 도착한 후에도 카자흐스탄의 답답한 행정 처리와 사람들 특유의 불친절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사람들을 알고 보면 무척이나 살갑고 친절하다. 특히 알마티 공항에 도착하는 날, 비행기가 네 시간 연착이 되었음에도 새벽 두시까지 우리를 기다린 카자흐스탄 친구들, 이들의 우정과 친절이 카자흐스탄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을 180도 바꿔놓았다. 또 본격적인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한 이후 느낀 것은 한국에 대한 카자흐스탄 인들의 호감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주몽’과 ‘꽃보다 남자’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하고, 카자흐스탄에서 ‘구준표’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 하니 놀랍다.
또 거의 대부분의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한국 음식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 라면, 김밥 등을 좋아하고 초코파이나 도시락 컵라면과 같은 한국 브랜드의 스낵도 매우 대중화 되어 있다.

인문학 중심의 중앙아시아 명문대학
내가 수학하게 된 알 파라비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대학이다. 1934년 처음 개교 이래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1993년 알 파라비 카자흐스탄 국립 대학교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현재는 교수 200명, 학생 수 1만2천 명 정도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학부로는 경제, 법학, 국제관계학, 동양학, 신문방송, 정치, 철학, 사학, 어학, 생물학, 지리학, 약학, 화학, 수학, 기계학, 예비학부 등이 있으며, 특히 인문계열 중심대학이다. 이중에서도 예비학부는 대학 입학 전 예비 교육을 시키는 곳인데,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 예비학부에서 러시아어 수업과 카자흐스탄어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우리대학은 알 파라비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와 2010년 교류협정을 체결하여 올해 우리가 처음으로 파견 되었는데, 지금 우리들은 현재 예비학부에서 중앙아시아 지역학, 중앙아시아 민족지학, 러시아어, 인턴십 등의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현지학생 대상, ‘한국역사’ 가르쳐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일은 이 대학 역사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역사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함께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친구 조대현(사학과3) 군과 영어로 우리나라 역사 수업을 맡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사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야 하니 준비할 것이 많지만 이 시간만큼은 매우 뿌듯하다. 처음 카자흐스탄 친구 Moldir Oskenbey(역사2) 의 소개로 역사학부 수업을 청강하게 되었는데 카자흐스탄 학생들이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친구에게 한국 역사 수업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Moldir는 바로 학생들에게 홍보를 하고 수업 준비를 도와주었는데, 첫 강의를 시작한 날 고맙게도 30여명의 학생들이 우리의 수업을 들으러 와 주었다. 두 번째 강의가 진행되었을 때는 소문이 났는지 그 전 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와서 우리 강의를 들었다. 두 번째 강의부터는 카자흐스탄 학생들도 10분 정도 자신들의 역사를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해주었는데, 강제적인 수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하는 열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내가 교수라면 A+를 주고 싶을 정도였다.
앞으로도 아직 8강 정도가 남았는데, 같이 카자흐스탄 알마티 중앙 박물관으로 견학도 가고, 카자흐스탄 음식과 한국 음식 만들기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매주 이 한국사 강의를 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너무나 설레고 뿌듯하기 때문에 ….

카자흐스탄 여행서 만드는 것이 목표
사실 나는 2011년 1학기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었고, 지금은 두번째 교환학생 생활을 맞이하고 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바로 내 사고방식과 가치관이다. 교환학생을 가기 전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면, 지금은 간신히 우물 밖에 무엇이 있는지도 아는 개구리가 된 것 같다. 정말 세상은 넓고 할 것은 너무 많다. 카자흐스탄에 오기 전 큰 계획이 하나 있었다. 나는 전공이 지리교육이라서 그런지 여행, 사람들의 생활이나 문화,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카자흐스탄 관련 사전 조사를 하며 관련 서적들을 찾아보던 중 경제 관련 서적은 많지만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은 전무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여행 서적은 단 한 권도 그럴듯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남은 기간 카자흐스탄을 돌아다니면서 카자흐스탄 관련 에세이 형식의 조금은 전문적인 책을 한 번 만들어 볼까 한다.
교환학생 생활 중 안타깝다고 느낀 것은 학교와 기숙사만 왔다 갔다 하는 일부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를 테지만, 적어도 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할 때는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호기심을 보이듯 외국인도 우리에게 호기심을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이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 걸어주는 것을 바라기보단 내가 먼저 가서 말 걸어보는 것을 권해주고 싶다. 나는 수업이 끝나면 곧장 시내나 주변을 걷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일부러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일부러 물건을 하나 더 사보기도 하고, 흥정도 해보고 많은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기회를 잘 만들면 교환학생 생활동안 후회 없는 값 비싼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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