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처럼 밀려오는 옛일이 있다.
  지금은 끝없는 해변에의 격정을 떨구어 버리고 차디찬 손의 경련이 있는 낙엽 쌓인 山寺(산사)의 새벽을 찾아보고도 싶은 마음이다.
  인간사회에는 영원한 균형이 없다고 하듯 고독과 利己(이기)가 정신의 열정으로 파괴된 지 이미 오래다. 굳게 닫힌 城(성)의 조용한 울음과 방황은 이젠 더 필요로 하지 말자면서도 어쩔 수 없는 방황이 계속되고 있다. 환한 계절 속에 항상 내가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긴 너무 먼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철저한 반발의식도 없이 항상 어쩔 수 없는 환각에 사로잡혀 생활해가고 있다. 퇴색한 마른 잎새를 손에 잡고 부수며 문득 나의 모순을 발견한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나태한 하루의 저녁이 싫어서 문을 부수고 그 누구에게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서였을까.

  지난해는 의무와 집념만으로 꽉 채인 한해였었다. 언젠가의 해변의 아침은 보슬비와 친구가 있어서 아름다운 아침이었건만 지금의 새벽은….
  그래서 해변을 찾고픈 마음은 끝없는 것인가 보다. 그곳에서는 ‘만하탄의 善禪(선선)’ 속의 ‘얀’을 만나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넓은 대지위에 소리쳐본다.
  열아홉 번째 정류장의 출발은 기적을 울리지 못한 안타까움과 어둠속을 방황의 기간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다시는 그러한 기슭 없는 바다를 걷지 않겠노라고 기쁨의 노래를 배우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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