個性的(개성적)ㆍ獨創的(독창적)인 작품세계

  예술인의 孤獨(고독)은, 보다 심원한 것에서 비롯되어 그가 이 막대한 슬픔에 무너지지 않고 이를 승화, 作品化(작품화) 시켰을 때 우리는 거기에서 위대한 作家精神(작가정신)을 발견하고 전율한다.
  ―이번 李仲燮遺作展(이중섭유작전)은 우리들 日常人(일상인)에게 실로 커다란 위안과 감동을 주었다. 그는 가난과 심적 갈등으로 인한 고독으로 참으로 힘겨운 생활을, 그러나 거뜬히 닫고 일어섰다.
  仲燮(중섭)은 거의가 소(牛)와 아이들, 그리고 ‘家族(가족)’을 주요소재로 하고 있다. 벌거벗은 맨 몸뚱이로 귀엽게 고추를 늘어뜨린 바닷가의 사내아이들. 그들은 모두가 고개를 정면으로 하지 않고 갸웃이 내민 채 게와 조개비와 노래하는 새들을 저희들의 손가락, 발가락에 메어달고 사방으로 끌며 놀고 있는 모습이다.
  맑고 깨끗한, 영원한 童心(동심)세계는 우리들을 언제나 따라다니는 짓궂고(?) 흐뭇한 그림자이다. 仲燮(중섭)도 자신과 가족과의 결별에서 오는 깊은 소외감, 고독감에서 이러한 少年(소년)적인 세계를 동경했고, 따라서 항상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뜨겁게 넘쳐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또한 그의 대담한 굵은 선과 검은 색조는 不義(불의)와 타협 몰랐다던 그의 강인한 성품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再會(재회)의 날을 전혀 알 길이 없는 日本人(일본인) 부인(山本方子(산본방자))과 두 아들을 미칠 듯 그리워했던 仲燮(중섭)은 그 막연한 기대를 자주 作品化(작품화)하여 스스로 고독을 달랬었다.
  ‘家族(가족)’이란 타이틀의 小品(소품)에서 우리는 넘치는 환상적 행복을 읽고 가슴 설렌다. 푸른 리본을 흩날리는 아이들의 곁에서 그의 妻(처)와 仲燮(중섭)은 평화롭게 삶을 노래한다.
  이러한 가족에의 그리움은 이미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 克己(극기)였는지도….
  그의 주요소재였던 소는 우리가 흔히 보는 황소이기 앞서 커다란 눈망울 가득이 깊은 고뇌의 그림자를 담고 있다.
  ‘夫婦(부부)’, ‘길 떠나는 家族(가족)’, ‘새와 애들’, ‘옛날이야기’, ‘물고기를 안은 아이’…
  이러한 일련의 작품 속에 그의 순수한 인간성과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천부적 재능이 번쩍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완전히 具象的(구상적)인 형태로 거의가 음울한 색채를 띠고 있으나, 우리는 이 어두운 色感(색감)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영원한 동심의 세계를 발견한다. 그는 또한 뼈아픈 빈곤에도 굴하지 않고 담배 銀紙(은지)에까지 송곳으로 그림을 그려냈다. 그 속에서 함께 뒤엉켜 장난스레 놀고 있는 대머리 아이들, 권태롭게 졸고 있는 ‘세 사람’의 연필 스케치-.

  그는 어쩌면 의식적으로 이처럼 온 가슴 가득가득 넘쳐나도록 少年(소년)들을 그려냈을까?
  미완성작은 ‘돌아오지 않는 江(강)’에는 차디 찬 겨울눈이 내린다. 한 남자가 열린 窓(창)에 턱을 기대고 앉아 멀리서 오는 한 여인을 아득히 보고 있다.
  “어쩌면 仲燮(중섭)은 이 때 이미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와 친분이 두텁던 한 詩人(시인)은 술회했다. 自虐(자학)과 고독으로 뒤엉킨 그는 末年(말년)에 가서는 정신분열증까지 일으키는 비극을 낳았다. “영악하지 못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오직 남을 믿는 마음속에만 살아 온 그의 일생은 손실의 연속이었다. 꿈에 살면서 현실을 모르는 그의 성격은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순수했다. 순진무구, 그것이 仲燮(중섭)의 인간성이었다.”
  그의 원만한 성격은 畵壇(화단)의 교우관계 뿐만이 아니라 詩人(시인), 作家(작가), 音樂家(음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그의 친숙한 벗들은 그를 끔찍이 아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獨尊(독존)하는 높은 자존심을 갖고 있어서 친구들의 경제적인 도움은 거절한 채 노동으로 가난을 이기기도 했다.

  이런 경제적인 빈곤의 결과로 그는 마침내 銀紙(은지)그림, 크레파스畵(화) 등을 내기에 이르렀으나 거기에는 凡人(범인)이 추측해내기 어려운 뼈를 깎는 고통과 회한이 뒤따랐을 것이다. (지금도 그의 은지 그림은 미술재료의 확대라고 해서 美國(미국) 뉴욕의 ‘모던 아트’ 미술관에 보존돼있다 한다.)
  仲燮(중섭)은 한마디로 진정한 藝術人(예술인)이었다. 李慶成(이경성)(弘大(홍대)교수)씨도 ‘藝術入門(예술입문)’에서 지적했듯이 그는 정신적으로 고고하여 마치 ‘몰락한 귀족계급’과도 같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번 ‘仲燮(중섭) 遺作展(유작전)’에서 고뇌와 번민으로 生(생)을 앓는 全(전) 예술인의 참된 고독을 배운다. 진정한 藝術(예술)이란 결코 사치스런 自己感性(자기감성)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요, 그것은 보다 많은 고통에서의 초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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