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 입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새로운 입시 환경에 직면해 있다. 특히 수능과 내신과 논술을 같이 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우리 신문사에서는 입학처와 공동 기획으로 동국대학교 통합논술 준비와 관련한 기획물을 올 한 해 동안 연재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동국대 통합논술, 이렇게 출제하고 평가한다.(윤재웅 교수)
2. 인문계 모의 논술고사 해설 및 답안 분석(윤재웅 교수)
3. 자연계 모의 논술고사 해설 및 답안 분석(성정석 교수)
4. 나는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했다.(인문계 신입생)
5. 나는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했다.(자연계 신입생)
6. 논술고사 이렇게 준비하세요.(인천대건고 논리학 교사 주영기)


대학 입시에서 갈수록 논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수능과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각 대학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시행하기 시작한 논술고사. 우리학교 역시 학생들의 능력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 다양한 입시 전형들을 마련하였다. 그 전형들 가운데 논술 시험을 봐야하는 정시 나군 전형을 선택한 나는 상당한 난이도의 문제를 풀어야 했다. 수능 점수도 그리 높지 못하고, 내신도 썩 좋지 못했던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준 논술, 그 학습 과정을 이야기 해 보고 싶다.


내가 논술 학습을 시작한 것은 고2 때였다. 학교에서 지원자를 받아 유명학원 강사들의 수업을 2주에 한 번씩 들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당시 논술 학원들이 홍보를 위해 보낸 인기 강사들의 달변에 나와 내 친구들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강사까지 오니 일석이조라며 논술 학습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작 수업은 인기 강사가 아닌, 토요일 오후의 수업마다 우리를 잠으로 인도하는 강사분이 지도하는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수업 내용도 ‘정보화 사회의 폐해’, ‘개발론과 환경보전론’과 같은 유형의 주제들뿐이었다. 물론 이런 보편적인 주제들이 항상 출제가능성이 높은 것이어서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고, 이 수업을 통해서 내가 이 주제들에 대해 실력을 쌓을 수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주제와 시사 문제를 경험하고 싶었던 전 무척 아쉬웠다. 면접 연습도 단 1번 뿐이어서 실전 감각을 제대로 익히기 힘들었고, 논술 양식도 1가지로 거의 고정되어 있었다. 약 1,800자 정도의 긴 분량에 문제를 2~3개 주어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는 양식으로만 연습했다. 서론은 고사성어나 예시를 들고, 본론은 현재 상황의 서술과 대안 제시, 결론은 의미 부여나 미래 상황 예측으로 마무리를 짓는 연습을 주로 했다. 이 연습을 통해 기본기를 충실히 연마할 수 있었지만, 내가 수시나 정시를 지원했던 대학들은 400자 이내, 길면 600~700자 이내 분량의 문제를 여러 개 내는 형식이어서 실제로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갖추어 쓸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이렇게 무언가 아쉬운 점을 남기고 고3이 되었다. 3학년이 되어 잠시 논술은 잊고 한창 수능 공부에 매달리고 있었다. 때는 3월, 각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 분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여 입시설명회를 열곤 하였다. 이 때, 한 입시설명회에서 모 대학의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논술 학습 방법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방법을 참고하여 다른 여러 가지 방법들을 조합하여 나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고안해내었다.


우선 친구들을 모아 4명의 소그룹을 만들었다. 혼자서 공부한다면 자신의 단점을 알기 어렵고, 온라인으로 학원 등에 보내 첨삭을 받으려면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글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니 서로의 글에 곧바로 첨삭을 해주거나 단점을 지적하고, 서로 비판하여 활발히 토론까지 할 수 있어 재미도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학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의견들을 듣고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보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 일석이조의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둘째,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시사 문제에 중점을 두고 공부하였다. 요즘 대학들은 이슈로 떠오르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 학생들이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지 물으려고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한 포털싸이트의 ‘사설 대 사설’이라는 코너다. 이 코너는 최근 떠오르는 쟁점에 대해 상반된 입장의 유명 신문 등의 사설 2개를 나란히 실어놓고 끝에 누리꾼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다. 친구들과 함께 사설 2개를 인쇄하여 제시문으로 삼았다. 그리고 각각의 입장에서 글을 써서 상반된 관점도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았다. 논술에서 자신의 주장이 극단적이지 않고 다른 의견에 대해 어느 정도 포용해야 하며, 글은 항상 보편성에 기초하여 독창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셋째, 약 400자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하였다.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친구들과 ‘사설 대 사설’코너에서 따온 사설을 제시문 삼아 논술을 할 때, 400자 원고지를 구입하여 한 장에 5자 이상 모자라지 않게 채워쓰는 연습을 했다. 이 연습의 장점은 3가지다. 하나는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고, 또 하나는 짧은 내용안에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간단명료하게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글의 내실을 기할 수 있으며,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면서 초과를 막는 연습도 된다. 마지막으로 최근 짧은 분량의 문제를 여러 개 출제하는 추세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고안한 이 방법으로 고3 중반까지 공부하다가 수시기간이 다가오자 각 대학의 기출문제를 친구들과 함께 풀어보며, 서로 역할을 맡아 면접 연습도 해보곤 하였다. 논술이 따로 시간을 내야하는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공부하다가 잠시 쉬면서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쓰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야간자율 학습시간에 틈나는대로 자유롭게 하였다. 물론 이는 선생님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실한 감독, 그리고 우리 학생들 스스로의 열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형식 갖추기에 중점을 두고 답안을 공식화 하는 것 같아 애석한 생각이 든다.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논술을 준비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김선배
법과대 법1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