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동대문학상 수상작 희곡·시나리오 부문 심사평

좋은 희곡이란 좋은 소재에서 나온다. 소재가 90%고 나머지 10% 안에 문장력, 구성짜기, 속도감, 긴장감 등 극적요소가 촘촘히 있다. 그런데도 지망생들은 소재 찾기에 안이하다. 좋지 않은 소재를 붙들고 삼사년간 몰두해서 뭐하겠는가? 나쁜 주식을 사서 오르기를 기도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번 응모작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더했다. 작품마다 문장력도 좋고, 구성짜기와 인물구축도 손색이 없었으나 소재가 흥미롭지 않았다.

‘모스크바의 봄’은 풍경도 좋고 정감도 있었으나 밋밋한 일상에 머문 느낌이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긴장도 있고 움직임도 좋았으나 인물의 억지스러움이 해결되지 못한 채 서둘러 끝낸 느낌이었다.
‘엄마는 섬이었다’는 갈등이 부족했고 활력도 부족했다. 기시감도 흠이었다. 허나 문장이 견고했고 대사 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하여 ‘엄마는 섬이었다’를 당선작으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가작으로 선한다.

이만희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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