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동대문학상 수상작 소설 부문 심사평

응모작 9편은 대체로, 현재진행형의 사회적 문제를 참신한 소재로 포착했고, 안정적인 문장력에, 구성의 요령도 터득했다. 최종 결정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4편을 추려냈다. ‘선택과 유예’는 역사에 대한 내공을 눈여겨 볼만했지만, 역사와 현재를 얽어 짜는 요령과 소설적 재미가 충분치는 못했다. ‘픽셀’은 묘사력과 위악적인 인물의 형상화가 볼만하지만 사건의 작위성이 지나쳤다. 살인자를 정신병자로 설정한 탓에, ‘묻지마 살인’이라는 사회구조의 문제가 개인심리의 문제로 환치될 우려도 생긴다.

두 작품 사이에서 망설였다. ‘엘리베이터 베이비’는 끔찍한 장면들에서 묘사력과 물상화에 대한 감수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환상과 현실을 교직하는 솜씨도 볼만했다. 그러나 본드 흡입 청소년의 행태묘사에 핍진성이 다소 부족하고, 문장도 약간은 불안했다. 가작으로 결정한다. ‘당신의 대답’은 돌발적인 서두에 이어, ‘기러기아빠’, ‘스펙 인생’, ‘자살증후군’ 같은 중요한 한국사회의 현상들에 주목한다. 결말 역시 중간을 이어받으면서 서두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자살자격증’이라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스펙’사회가 마침내 자살에도 자격증을 요구한다는 아픈 풍자이다. 시대의 핵심적 문제를 천착(穿鑿)하는 능력을 높이 사며 당선작으로 민다. 단지 제목이 좀 심심한 편이고, 자살자격증 이야기는 더 발전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이는 심사자의 판단일 뿐, 젊은이에게는 누가 뭐라던 자신의 믿음대로 밀고 나가는 뚝심이 절실하다.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특히 글쟁이에게는 더욱 절실한 미덕이다.

한만수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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