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우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서서 관중을 바라본다.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의 눈빛, 앳된 MC를 향한 의심의 눈빛. 수백 개의 눈이 나에게 집중한다.

첫 마디가 떨어진다. 준비된 대본은 어느새 ‘내 맘대로 대본’이 되어간다. 그러나 대본을 무시할 순 없다. 작가님의 구성진 멘트는 진행 흐름의 기둥이다. 기둥을 쓰러뜨리지 않으면서 나만의 색깔을 펼친다. 무대는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힘을 주는 청중이 있고, 무대를 꾸미는 스태프가 있다. 무대의 뒤에는 PD가 있다. 하루 종일 촬영한 테이프도 그의 앞에선 방송 구성에 맞춰 무참히 잘려 나간다.

이처럼 구성원들의 역할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줄 멋들어진 작품을 위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한다. 어떤 이가 용의 머리가 되면 다른 이는 몸통이 되고 꼬리가 된다. 모두의 노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방송이 된다.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이다. 허나 많은 이들이 용의 날카로운 발톱과 매끈한 몸통, 날렵한 꼬리를 잊은 채 용의 화려한 머리만 바라본다. 새로운 한해 멋진 꿈을 품되, 용의 머리만 바라지 말고 화합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함께 갖는다면 2012년은 반할만한 한 해가 되리라 믿는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