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학과 교수 특별 좌담회] 포스트 김정일 시대,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는?

지난 12월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 이후, 김정일의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체제는 생각보다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힘입어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냉정한 자세로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의 대북정책에 대한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대학 북한학과의 고유환 교수, 박순성 교수, 김용현 교수에게 북한 정세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고유환 교수, 김용현 교수, 박순성 교수(위로부터)

지난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에는 격랑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김정일의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체제는 생각보다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힘입어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냉정한 자세로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의 대북정책에 대한 방향 모색이 필요할 때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대학 북한학과의 고유환 교수, 박순성 교수, 김용현 교수에게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김정일 사망 후,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 고유환 교수(이하 고) = 한반도에 있어서 한 시대가 마감되고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주변 국가들의 영향력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한국이 이런 시기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김정은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박순성(이하 박) = 최근 북중관계가 강화되고 미중관계 또한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한반도 질서를 남한과 북한의 주도로 평화적으로 나아가기보다는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방향 으로 경쟁이 심화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 김용현(이하 김) = 김정은 체제는 단기적으로는 대중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많고, 미국 또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게 보인다. 김정일 사망 다음날 바로 미국채널이 가동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북한과의 관계설정은 뒤처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한국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김 = 물론 아직도 불안정성이 있지만,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에서 인적인 부분에서의 뼈대는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수뇌부 9명 전원이 다 조문을 할 정도로,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는 것이 자신들 외교에 유리한 것으로 본다. 미국 역시 김정은 체제와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 엘리트들 중에서도 김정은 체제 외에 대안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 고 = 북한 체제를 수령 중심의 유일체제라고도 하듯이 주민들도 수령의 승계에 대해서는 관습헌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자기의 후계 구축 경험을 원용해서 위로부터 김정은 후계 체제를 정비해 두었다. 그래서 구축 기간은 길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경제이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다음 세대에 대해 희망을 걸텐데,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불만이 생기고 권력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 지난 37년간 북을 통치해온 김정일 정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박 = 체제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쏟으며 그에 대한 위기관리에만 급급한 정부였다고 본다. 경제발전을 이룩하거나 인민들을 문명화시키거나 대외관계를 개선하진 못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체제를 유지하고, 이를 위해 두 번의 정상회담을 하고 개방을 시도하기도 했던 것을 보면 현실주의적인 정치가였다. 그런 면모를 갖고 있었음에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갖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도 그가 얼마나 현실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인지를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북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 김 =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이루지 못했는데, 김정일 시대 출발 자체부터가 어려웠다. 사회주의 국가 붕괴 이후에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선택의 순간들에서 보수적인 접근을 해왔다. 체제 안정도 중요하나 그것을 핵심적인 것으로 틀어쥐니까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 유연성이 떨어졌다. 대외관계에 있어서 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핵, 경제, 개방의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김정일 위원장 입장에서는 그 구조에서 몸부림을 쳤다고 보는데 그것은 워낙 자신이 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의 영역이 성과를 거두기에는 어려웠다.

▲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며,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 고 =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사실상 남북 간 관계설정 자체를 하지 못했다. 지금 새로운 전기는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들, 관광객 피격, 천안함, 연평도… 그런 사태에 대해 김정일 시대 청산 차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같은 것을 열어 전반적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해소가 되어야지, 차기 정부까지 넘어가면 상당히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 후에 김정은 시대에 맞는 관계설정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 박 = 지금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많은데, 그러하면 남한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안정되어야만 국가신인도도 유지되고, 개성공단을 통해서 남한경제의 출구가 조금이라도 생길 것이다. 따라서 경제를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하겠다. 다음으로 국제적 책임의 문제인데, 한반도 평화·통일의 문제가 단순히 한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의 21세기 질서를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남북 대결, 외국 열강들과 북한과의 대결구도로 보는 인식, 북·중·러 체제에 대한 경직된 사고방식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 우리 정부는 우회적으로 조의를 표하고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 아산 회장의 방북을 허용했는데, 적절한 대처를 한 것인가?
△ 박 = 먼저 현실정치적으로 보면 산적해있는 여러 문제를 풀고 향후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의를 표명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최소한의 대처에 그쳤으며 담대성이 부족했다고 본다. 정부가 직접 조문을 못한다면 국회나 민간차원의 조문을 확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적·윤리적 차원에서 김정일 정권과 그 자신이 후계체제를 만들어 놓고 물러난 데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된다. 그 평가는 정부가 하지 않더라도 전문가들이나 우리 사회가 충분히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자유, 평등, 인권 등 이런 가치에 기초해서 김정일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

▲ 이러한 시점에서 동국대 북한학과가 갖는 의의와 중요성은?
△ 고 = 얼마 전까지 학교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었는데, 국가적인 과제라는 측면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표시하고 존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고 생각된다. 학교 당국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러한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 사람들이 불안해할 때 북한학 전공자들이 정보를 풀이해줌으로써 국민들을 안심하게 하고 대북정책의 방향들을 제시할 수 있어 우리 과가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교수가 충원되고 북한학 연구소도 활성화되어서 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하며 학교와 정부가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 김 =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급변 상황이 북한학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시키게 되었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주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이 있는 북한학과로서 우리대학의 특성학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교수와 학생, 학교 당국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리=김유경 수습기자 audrey@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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