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을 안고 올라온 3월부터의 유감이다.
  높디높은 학교를 올라오다보니 남산 중턱에 걸려있는 내 자신을 볼 수가 있었다.
  둔한 내 몸을 거북스러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고통과 슬픔을 안고 오늘까지 올라오는 사업(?)에 열중하여 하많은 말들을 여학생들한테 체념 섞인 투로 들을 수가 있었다. 
  ‘무등 같은 다리를 정형할 필요도 없고 4년 동안 대학 생활에서 남는 건 멸치 같은 날씬파 숙녀가 될 것이라고’
  나 자신도 먼데 남산을 바라보며 케이블카를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아마 운동부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실정을 너무나 잘 시행하는 우리 학교의 높디높은 웅장한 건물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아니면 야유를 던져야 할지.
  어쩌다가 강의시간에 늦어 바쁘게 올라오다 보면 구슬 알 같은 땀방울만 맺혀있고 반밖에 올라오지 못한 기다랗고 구부정한 외길 옆의 층계에서 큰 한숨을 내쉬고 나선 또 다른 기록 없는 도보경기로 출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걷기에 힘이 들더라도 미니 아가씨께 전하는 말인데 조금만 옆길로 해서 걷는다면 파랗게 자라난 잔디밭의 정수리에는 빨간 황토 흙이 보이지 않을 텐데.
  아무리 색채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다 해도 조화되지 않는 구성법이었다. 유감을 나타내는 높은 건물과 동시에 반이 딱 갈라진 잔디밭을 만든 것은 편하게만 걷기 위한 남학생들의 책임도 크다.
  여하튼 잔디밭은 남녀 학생들에게 유감도 많기만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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