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미 FTA 날치기 비준과 대통령의 이행법안 서명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촛불이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 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TPP)”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고, 일본의 TPP 참여가 확실시됨에 따라 미국의 한미 FTA 비준에 더 많은 속내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에 우리는 한미 FTA에 머물러 있던 논의를 큰 틀로 확대시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는 한국을 예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TPP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즉, 자신이 게임의 룰을 정하는 아태지역 자유무역지대 결성으로 현재의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고, 아태지역에서의 패권을 재탈환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에 걸림돌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아시아 재조직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이 스스로 미국 경제 시스템에 맞게 변화하여 그 체제에 편입되도록 해 아시아 리더십의 탈환은 물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열고자 한다.

이에 오래전부터 미국의 패권에 대해 우려를 표하던 중국은 한중, 한일 간 FTA 체결을 독촉하고, 아세안 +6(아세안 회원국에 한국, 중국, 일본 등의 6개국을 합친 자유무역권) 결성을 준비하며 TPP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TPP에 마음을 뺏긴 일본을 설득하기 위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23일 일본에 동아시아 공동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G2 패권전쟁에서 한국은 전략적 시험대이자 교두보가 되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는 “한미 FTA 비준 여부는 전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미국이 경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라고 밝히고 있으며, 미국은 TPP의 템플릿으로 한미FTA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현재 한미 FTA는 미국의 아태지역 경제리더십 구축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에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단순히 미국과의 자유 통상교역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 되었다.
우리는 아태지역에서의 미국 패권과 경제질서의 미국식 재편을 용인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의 중국과의 관계, 우리의 경제발전의 방향들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복잡하게 외부로 뻗쳐 있는 시선을 모아 ‘나’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가를 진정 심도 있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것에서부터 “yes”와 “no”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발전 방향에 대한 전국민적 논의가 불타올라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