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환경이란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더 좋은 훈련시설과 탄탄한 저변으로 길러진 선수들이 여타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대변해주는 부분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번 시즌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우리대학 운동부들의 활약상은 놀랍기만 하다.
전국대회를 위시한 각종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의 좋은 성적을 거둔 운동부의 화려한 성적표에 비하면 학내 운동장을 비롯한 운동부의 훈련공간과 시설 수준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렇듯 운동부에 대한 지원이 열악한 현실 속에서 각 운동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어렵사리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묵묵히 전진하고 있는 중이다.

운동장 열악, 학교 ‘밖’으로 내몰린 축구부
축구부의 경우, 운동장의 상태가 고르지 못해 매번 서울시 내 효창운동장 혹은 용인시에 있는 운동장으로 ‘외부’훈련에 나서고 있다. 우리학교 축구부의 강점은 패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므로 간결한 패스 훈련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에 울퉁불퉁하고 움푹 패인 운동장은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대운동장에서 처음으로 훈련을 해본 신입생 성봉재(체교1) 선수는 “공이 제대로 전개되지 않아 훈련하는 데 많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잦은 외부훈련은 적지 않은 비용 지출과 함께 선수들의 피로감만 쌓이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학내에서 축구하는 모습이 적어지자 일부 학생들은 우리 대학에 축구부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이영덕(체교4) 선수는 “같은 과 친구들이 학교에 축구부가 있었느냐고 물어 당황스러웠다”고 밝히면서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생긴다면 축구부뿐만 아니라 학생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매년 주변 여건과 규정에 맞지 않은 운동장으로 인해 U리그 등 공식 경기를 학내에서 치르지 못하고 있는 축구부의 현 실태를 주목하면서 “타 대학들은 학내 홈구장에서 많은 학생들이 모여 축제처럼 즐기는데 우리 학교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일산야구장 흙 교체하지만, 아직은 부족해
야구부의 열악한 훈련시설도 늘 화제거리였다. 추운 겨울이 오며 시즌도 종료됐지만 양석환(체교2) 선수는 오늘도 묵묵히 방망이를 휘두른다. 다음 달 전지훈련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올 해 우승, 준우승을 한 번씩 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내년에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올해 우리 야구부 성적 기상도는 ‘맑음’이었지만 훈련 및 전용구장으로 사용 중인 일산 야구장의 그라운드 상태는 ‘흐림’이었던 것이 사실. 그간 문제점이었던 일산 야구장의 흙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동용 버스도 교체돼 선수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쉬운 점들은 있다. 경기장과 숙소의 거리가 멀어 야간훈련 자체가 힘들다. 숙소 앞에서 배팅연습을 할 수 있지만 공간이 협소해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없고 연습구도 실밥이 모두 뜯겨 테이프로 감싼 상태다. 하지만 야구부원들은 긍정적이다. 주장 김동영(체교3) 선수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 학교와 학생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열악한 주변 여건에 굴하지 않는 선수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야구부를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며 훌륭한 선수를 배출하는 ‘마르지 않는 샘물’로 만들고 있다.

좁은 합숙시설, 농구부의 ‘숨은 적’
농구부의 경우 훈련시설이나 지원사항에는 별다른 애로사항이 없다. 훈련장소인 체육관에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사시사철 안락한 환경에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 농구부 김건우(체교4) 주장은 “다른 학교와 비교해 시설이나 지원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강관 숙소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농구부에 배정된 금강관 생활관은 총 4개다. 수도 적을뿐더러 크기도 작다. 때문에 선수들이 취침할 때 똑바로 눕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 선수들의 체격이 3개 부서 중에 가장 크다는 이유도 있지만, 방 자체가 워낙 작은 탓이다. 여기에 12학번 신입선수들까지 합숙훈련에 합류해 가뜩이나 좁던 방이 더 좁아졌다. 농구부 서대성 감독은 “큰 불편은 아니지만, 현재 숙소 면적이 조금 비좁은 문제가 있다”며 걱정했다.
지난 11월 어느 날, 내년 시즌부터 우리대학 앰블럼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신입 선수들을 자녀로 둔 학부형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학교시설과 캠퍼스를 둘러보다 대운동장을 본 한 학부형이 “그래도 운동부 성적이 상위에 드는 학교인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운동을 시키느냐”며 혀를 찼다는 후문이다. 시설문제는 운동장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숙소로 사용하는 금강관 곳곳과 주변 여건들이 선수들이 운동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운동장 및 수영장 부지 매입에 관한 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지금, 좀 더 나은 운동시설과 생활 여건을 조성해 선수들이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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