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원정대 고문 정각원장 법타큰스님을 만나

▲법타큰스님

혜초, 한국 최초의 세계인. 그는 도전과 개척의 상징이었다. 혜초선사가 1,200여 년 전 걸어간 길. 그 길을 30여 명의 동국대학교 혜초원정대가 거슬러 올랐다. 

스무 살 혜초. 해로(현재의 광주)에서 서라벌(현재의 경주)을 거쳐 중국 시안까지, 4년간 혼자서 긴 여정을 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생의 강행군이었을 것이다. 이십 대의 혜초원정대. 난생처음 오른 원정의 길에서 조국을 떠나 애국심을 배우고, 민족에 대한 애착, 모교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 기회였다고 한다. 법타 큰스님은 원정대의 이번 여정에 대해 “21세기 우리 원정대는 너무 편리한 기계와 시설, 음식을 만끽한 것이 혜초선사를 뵙기 무안스러울 정도”지만, “학생들이 혜초선사의 도전정신을 잇겠다는 신념으로 삼고 희망과 포부를 몸소 실천한 것이므로 이번 원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 하는 20여 일 동안 어려움도 있었다. 다들 처음 만났기에 서로 친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승려로, 대학선배로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정이 끝난 후에는 인간적으로 끈끈한 정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총성이 울리는 파키스탄. 마애불상에서의 108배를 가장 특별한 도전으로 꼽았다. (파키스탄은 빈 라덴의 추종세력인 알카에다가 활동하는 곳이다) “무장군인들의 호위를 받아 도시 외곽에 있는 마애불상에 무사히 도착했고, 정중히 108배를 올렸다. 그때 총성이 울렸고, 적막이 흘렀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무더위 속에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108배를 올린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끈끈한 동지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톈산 산맥을 넘는 길, 바닥에는 풀 한 포기 없었다고 한다. 산 위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었고, 만년설이 녹아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도로도 다 무너져 물을 막았고, 자연스레 댐이 형성됐다. 어두운 밤, 원정대는 다 떨어져 가는 나룻배를 타고 그 강을 건넜다. 낮이면 아찔해서 건너지 못했을 곳이다. “엉망진창인 길. 경운기를 고친 버스에 여차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이 힘든 여정을 지나 열대지방 투루판. “고통이 따르는 힘든 여정 뒤에 맛본 포도 한 알. 세계 최고의 포도를 맛보며 원정대원들은 ‘이것이 고진감래요, 도전하는 자 만이 그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가는 길. 무장군인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이러한 풍경에 법타스님은 “불안한 현실에서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파키스탄보다 더한 열전(熱戰)의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통일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타스님은 이러한 불안한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문제에 관심을 두고, ‘통일운동’을 진행 중이다. 법타스님은 통일운동 시작 계기에 대해 “불교계가 통일문제에 둔감한 현실이 안타까워 1987년 조국통일북미주협회에 유일한 불자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법타스님이 실제로 본 북한의 풍경은 참담했다고 한다. “매끼 굶는 것이 일상인 그들에게 이론을 통한 계몽활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밥을 먹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겐 ‘밥이 통일이고, 밥이 부처’다.” 법타스님은 1997년 북한에 ‘사리원‘이라는 국수공장을 세워 7,700명분의 무료 국수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법타스님은 그동안의 통일운동과 문화유산보존의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9일 ‘세계평화상(초종교부문)’을 수상했고, 오는 7일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할 예정이다. 현재 혜초선사의 자취는 찾을 수가 없다. 고서에 ‘측천무후가 혜초선사에게 기우제를 지내달라고 요청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큰 스님이었던 것은 맞지만, 중국은 혜초선사의 구법승도와 유적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법타스님은 “혜초스님의 유적은 같은 민족인 우리가 챙겨야 하고, 자취를 복원하는 것이 옳다”며 앞으로도 문화유산 보존문제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혜초원정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는 거침없는 도전정신, 포기를 모르는 의지, 글로벌 마인드로 ‘동국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으로 법타스님은 “원정대원 모두가 무탈하게 돌아온 것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고 자랑스럽다”며 “동국정신을 바탕으로 용맹 정진하여 세계적인 지도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aplus@dongguk.edu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