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서울대 교수

달라이라마가 망명한 후 소위 짝퉁 라마를 세우며 노골적으로 티베트를 중국화하려는 중국에 의해 티베트문화와 전통은 알게 모르게 말살되어 갔지만, 티베트의 정신으로서 자리 잡은 불교는 여전히 그 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당국이 무력으로 행했던 잔인하고 혹독한 불교 탄압의 역사는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눈물 없이는 읽기 어렵다.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많은 자료를 확인할 수도 있건만 불교의 전통을 말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의 티베트에 대한 무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최근 티베트의 인권과 불교탄압 현황을 알릴 겸 내한했던 리처드 기어에 대해서도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종단에서조차 유명인 대하는 정도에 그친 것도 마음 아픈 사례다. 요즘 연이은 티베트 분신에 대하여 지난달 15일 종단에서의 애도 논평은 있었지만, 과연 우리는 얼마나 그들의 아픔에 대하여 공감하고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서부에서 올해 3월 이후 6개월 사이 최소 9명의 티베트 승려가 분신했다. 대부분 10∼20대인 이들은 5명이 숨지고 다른 4명의 상태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이후에도 8명이나 분신했다. 중국 당국은 이런 비폭력적 저항에 대하여 생명의 존엄성 운운하면서 통상적인 생명 논리로 폄훼하고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뭇 중생을 부처로 본다면 티베트의 기본적 인권과 종교 자유를 위해 분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소신공양이자 순교의 모습이다.

이번에 티베트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소신공양한 스님들을 기리는 추모제가 조계사에서 있었다. 한 달 전에 있었던 ‘14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에서의 식상한 정치적 모습을 기억하고, 과거 달라이라마 방한에 대한 정부 압력에 굴복했던 종단 모습을 기억한다.

부처님 가르침에 의하면 사람의 귀천은 그 행위로 정해진다. 또한 폭력적 상황에서 방관이나 무관심 역시 폭력에의 동참이다. 그렇기에 현 종단이 추구하는 자정과 쇄신을 위한 결사가 단지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불교도로서 서로 진지하게 티베트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에서 중국대표단에게 그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라는 5대 결사로서 자정과 쇄신을 말하는 종단은 이제 그 결사운동의 실질적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인들처럼 헛공약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면 실천의 행위가 필요하다. 총무원장스님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노력하겠다고 한 것도 불과 지난 10월이다. 정치외교의 불교가 아니라 5대 결사 정신에 바탕을 둔 세계화라면 과연 우리는 티베트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종단 차원에서 진지하게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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