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하고 있는 일이나 환경이 이전에 경험하거나 본 듯한 느낌이 들 때 ‘데자뷰’를 느꼈다고 한다. 지난 22일 대한민국에서는 역사에 남을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한미자유무역협정(U.S.-Korea Free Trade AgreementㆍKORUS FTA)이 국회에서 비준된 것.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의결과정을 지켜보던 이들은 ‘이전에 경험하거나 본 듯한 느낌’, 즉 데자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후문.

 

▲4년을 끌어왔던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잘 짜인 각본처럼 여당에 의해 단 4분 만에 상황 종료되었다. 여당의원들은 사전 논의(혹은 모의)를 통해 오와 열을 맞춰 본회의장에 입장했고, 외부인들의 국회출입을 통제했다. 질서유지권이 내려졌고, 뒤늦게 도착한 야당의원들이 격하게 항의했다.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이 격해질 무렵 국회부의장은 안건을 직권상정하고, 표결을 통해 안건을 통과시킨다.

▲이쯤 되면 날치기와 국회몸싸움은 우리나라 정치의 필요ㆍ필수조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매년 ‘예산의결’에서, 2009년 미디어법(신문법ㆍ방송법ㆍIPTV법) 개정안 의결에서, 2010년 4대강 주변지역 개발을 가능토록 하는 ‘친수구역활용특별법’ 의결에서, UAE파병동의안 의결에서 국민들은 수차례 날치기 의결과 국회몸싸움을 봐왔던 터이다. 이렇게 또다시 난장판이 일어난 데에는 잘못된 다수결의 원리의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다수결의 원리는 대의민주정치와 함께 민주정치의 기본원리다. 하지만 다수결원리가 민주주의적인 의결방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등한 위치에서의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어야 하고, 언론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수자의 권리가 항상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수자의 의견이 항상 옳을 수는 없기에, 반대자와 소수자의 의견을 듣고,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절대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이 작동되지 않으면 다수결의 원리는 ‘민주주의의 횡포’로 전락하게 된다. 국회 난장판사건이 이른 데에는 기본적으로 소통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소통의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닐터인데 입법자들에게조차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찾아볼 수 없어 씁쓸하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