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석 교수

“나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환경의 아름다움을 보호하는 미국, 과거로부터 내려온 오래된 집과 광장과 공원을 보존하는 미국,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균형 잡힌 도시를 당당히 가꾸어가는 미국을 바라봅니다.”
이 글은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케네디(J. F. Kennedy)가 암살당하기 한 달 전 시인 프로스트(R. Frost)를 추모하는 연설문의 일부이다.

이 연설문에 나타나듯이 케네디는 미국에서 환경운동과 소비자운동의 기초가 된 여러 업적을 남긴다. 1962년 제정된 케네디의 ‘소비자 권리장전(Consumer Bill of Right)’은 미국에서 소비자운동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환경운동을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관한 노력’으로 정의한 그의 연설은 환경운동을 생태론자들의 자연보전운동으로부터 도시로, 생활로 옮겨오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환경분야 최고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침묵의 봄(Silent Spring)’의 저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농업용화학약품의 남용으로 인한 해악을 경고하자, 케네디는 그녀의 노력을 치하하면서 즉시 환경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에 착수하였다.

케네디 평전을 저술한 로버트 댈럭(Robert Dallek)은 케네디에 관해 “젊은 대통령 케네디가 만들려 한 꿈과 삶의 질은 현재 미국인만의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와 공유하는 것이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나타나는 ‘미래세대와 공유하는 삶의 질’은 환경법의 목적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환경법학자 클뢰퍼(M. Kloepfer)는 “현재 우리가 만들어 놓은 상처 입은 환경을 치유하여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 말로 환경법의 임무이다”라고 1976년 출간된 그의 저서 서문에서 역설하면서 케네디의 이상(理想)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한 나라의 통치자의 인식과 가치관은 그 국가와 국민의 가치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도 미국의 케네디에 필적할만한 환경론자였던 통치자가 있다. 요즘 인기리에 방송중인 “뿌리 깊은 나무”의 주연을 맡고 계신(?)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나무의 벌목을 감시하는 산지기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호수나 하천의 오염과 채석이나 절토를 감시하는 감시원을 두기도 했다.
서울외곽의 아차산까지 서울전역에서 벌목을 금지하는 한편 병조 주관으로 전국의 산야에 과학적 식목사업을 전개하고 관원이 벌목과 산불을 감시하도록 했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산림감시원이나 군부대의 식목사업도 그 기원은 세종대왕 때부터였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세종대왕은 서울 곳곳에 연못을 만들어 수해방지저류조의 역할을 하게 했고, 수질보전을 위해 폐수의 배출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의 도성 내에서 쓰레기 배출을 금지시키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비록 500년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세종대왕은 분명히 미국의 케네디를 압도하는 환경의식을 가진 환경정책가였다고 할 수 있다. 최단시간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국가의 4대 기간 하천을 준설하며 ‘보(dam)’를 설치해온 현대통령도, 제발이지 후대에 이러한 찬사를 받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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