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상록원 3층에 채식당이 생겼다. 불살생과 육식 금지의 계율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다. 처음에는 식당의 조그만 공간만 차지했지만, 손님들이 늘면서 개학과 동시에 훨씬 넓어졌다. 육식이란 건강에도 그리 좋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를 세계적 차원에서 재생산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된 결과이리라. 단지 가격이 좀 비싼 편이고, 막상 학생식당에는 채식전용 식당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이 작은 사례는 불교의 가르침과 고유한 문화가, 잘만 전달된다면 현대인들에게 큰 대중적 설득력을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상록원 1층에는 ‘버거킹’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의 입맛에 맞아서인 지, 값이 만만치 않음에도 볼 때마다 성업 중이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햄버거는 패스트 푸드, 정크 푸드의 대명사이다. 실험삼아 햄버거 세트를 실온에 놓아두었는데 1년이 지나도 썩지 않았으며 파리와 벌레들조차 접근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방부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리도 먹지 않는 음식이라니! 게다가 햄버거는 전 지구적 기아와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기도 한다. 햄버거 하나에 들어가는 쇠고기 100g을 얻으려면 열대우림 1.5평이 사라지고, 1인분의 쇠고기와 우유를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22인분의 곡식을 먹여야 한다고 한다(지식채널e에서 2005. 11.28일 방영한 ‘햄버거 커낵션’을 보라. 5분이면 실감하게  된다). 

이쯤 되면 햄버거 매장을 폐지하자는 필자의 주장은 개인적 음식 취향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 할 수 없다. 제3세계 기아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기도 한 음식을 그저 자기가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먹겠다고 주장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오히려 채식당이 없어서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육식을 강제했던 지금까지의 식당구조가 폭력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교육의 현장인 대학 캠퍼스에는 햄버거 매장을 존치해서는 안 된다. 대학캠퍼스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교육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히든 커리큘럼(Hidden Curriculum) 이라는 개념만 떠올려도 이는 쉽게 해명된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공식적 수업, 즉 커리큘럼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며, 교육공간, 과외활동, 동창회 활동, 학우관계 등등 수많은 요소들이 모두 교육에 작동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것들이 명시적 커리큘럼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당은 우리대학의 중요한 히든 커리큘럼의 개선인 셈이며, 이제 버거킹의 추방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요즘 각 대학마다 캠퍼스에 햄버거 등 패스트 푸드(Fast food) 판매점이 점차 늘어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자비행과 살생금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대학에서 햄버거 판매점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대학 당국은 한시바삐 상록원의 버거킹을 폐지하고, 그 공간을 슬로우 푸드(Slow food)로 채우기 바란다. 햄버거의 본산지라고 할 미국에서조차 이미 학교식당에서 정크 푸드를 추방하는 운동이 한창이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한 번, “동악에 버거킹을 폐하라.”

본사 논설위원ㆍ국어국문학과 교수


연재를 마치며

할 말은 더 많지만 이번 회로 일단락한다. “동악에는 더 많은 불교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칼럼이었다. 물론 세세한 대학행정은 합리성과 보편적 대학이념에 충실해야 하지만, 큰 틀에서의 동국대 운영철학은 불교정신에서 길어오는 일이, 종립대학의 정체성에도 부합하고 현재의 대학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탈근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불교의 가르침, 특히 연기(緣起)와 인드라망으로 상징되는 나눔, 베품, 공생의 정신은 보고 배울 바가 매우 크다고 믿는다. 모자란 글을 열독하고 다양한 반응을 보내준 교내외의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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