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동아리방 르포

▲학생회관 내에서의 음주 흔적이 남아있다.
금요일 오후 6시.
조용하던 동아리방이 거대한 자취방으로 바뀌었다. 몇몇 동아리에서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먹었다. 다섯평 남짓한 동아리방이 연기로 자욱해졌다. 술과 분위기에 취한 학생 몇몇이 지르는 고성이 학생회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동아리방, 음주ㆍ흡연 빈번해
고기 굽는 모습과 함께 학생회관 동아리방 곳곳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학내에서 음주를 금하는 학생준칙 2조 3항은 이미 무색해진지 오래였다. 실내흡연 역시 심각했다. 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인 학생회관이 거대한 흡연실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 학생이 동아리방에서 나와 복도 창문으로 향했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금연스티커가 붙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 ‘금연스티커’와 ‘화재예방안내문’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잠시 후 한 동아리 방의 문이 열렸다. 그 곳에서도 뿌연 연기가 한 웅큼 빠져나왔다.

이 얘기를 들은 청소근로자들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회관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한 청소근로자는 “학생회관 쓰레기만 해도 한 트럭이어서 마치 거대한 식당을 보는 것 같았다”며 “공부하러 온 사람들이 어찌 그렇게 술만 먹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다 피운 담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쓰레기통이 타는 등 화재가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최소한 비치해둔 깡통에만 버려주길 바랄 뿐”이라 착찹한 심정을 전했다.

▲학생회관 모 동아리. 전기장판과 선풍기, 식탁으로 동아리방은 자취방을 방불케 했다.
무허가 전기장판 및 온열기 사용
열풍기, 전기장판 등 허가되지 않은 전열기구도 다수 발견됐다. 원칙적으로 전열기구 사용은 시설관리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취사와 흡연, 그리고 전열기 사용에 관한 주의를 했지만, 개선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취사·흡연·미인가 전열기 사용은) 화재 가능성도 굉장히 높고 전열기의 경우 전력을 굉장히 많이 소비한다. (학생회관에) 직원이 항상 상주할 수도 없어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학교측은 냉ㆍ난방기구 시설개선 등을 포함해 노후화된 학생회관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산문제와 동아리방 회수를 우려하는 동아리회원들의 반대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리방이 일부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으로 변한 곳도 있었다. 신입생 모집에 실패하고 활동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동아리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았고, 학술제·전시회 등의 행사도 없었다. B동아리방에는 설립목적에 맞는 동아리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마저 없었다. 꽃집에 꽃이 없는 셈이다.

일부 회원을 위한 공부방으로 전락
익명을 요구한 한 동아리 회장은 “동아리 인가를 위해 필요한 20명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신입생이 없어도 인가는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활동 계획 역시 전년도의 것을 그대로 제출한다. (활동이 없어서) 사실상 공부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털어놨다.

학생회관 폐쇄시간인 밤 12시가 가까워져가는 시간. 각 동아리방의 잠금 여부를 확인하고자 자리에서 일어난 경비근로자를 따라나섰다. 각 층마다 몇 개씩 비치된 쓰레기통은 어김없이 빈 술병과 먹다 남은 안주거리로 가득했다. 비벼 끈 지가 얼마 안 돼, 불씨가 살아있는 담배꽁초들이 바닥에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몇몇 동아리는 여전히 술자리를 이어 갔다. 모두가 곤히 잠든 동악. 적막 속에 학생회관만이 왁자지껄했다.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다는 경비근로자 C씨. “예전에는 정말 심했지만 잔류신청 제도가 생기면서 좀 나아졌다”며 “술 마시고 담배 피고 고기 구워 먹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기 힘들다. 당부는 하지만 학생들이 지키지 않는다”며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C씨는 “제재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과 싸우는 것밖에 안 된다. 학생들 스스로가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밤 12시.
학생회관 폐쇄시간에 맞춰 취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자리도 대부분 정리된 듯, 이제야 학생회관 전체에 고요가 찾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술에 잔뜩 취한 한 여학생이 가던 길을 멈추고 주정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를 달래려는 친구들의 말소리까지 합쳐져 학생회관 1층은 다시 오후 6시로 돌아갔다.
경비근로자 C씨가 짧게 한숨지었다.

<특별취재팀> 고석현 편집장, 이재우ㆍ이준석ㆍ김형민 수습기자 dgupres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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