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자ㆍ출가자 구분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행 즐겨 … 수행 동안 내 몸을 돌보고 지켜보고 느꼈을 뿐

선학과는 재가학생이 ‘10명’도 채 안 된다. 불교학부에 속하고 있으며 명상의 다른 명칭인 ‘선’의 역사와 방법론을 공부하는 학과다. 우리대학 학생들 중에서도 ‘선학과’를 잘 모르는 친구들이 참 많고 많다. 그럴 때마다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 있는데, 참선, 그 선을 공부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 다들 ‘아~’하고 이해하는 척을 해준다. 참 고맙다.

동국해외학술탐방을 통해서 다녀오게된 ‘유럽’. 그곳에서 우리는 한국사찰의 선교활동을 살펴보고 틱낫한 스님이 계신 ‘플럼빌리지’를 다녀 올 수 있었다.
다소 생소 할 수 있는 ‘플럼빌리지’는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명상수행센터다. 우리나라에서 명상과 불교의 선에 대해서 무관심해져가고 있는 현실과 달리 생각보다 해외에서는 명상이 치료의 수단으로서, 자신의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 많이 활용되고 많은 사람들이 실참하고 있다. 그러한 명상의 바람을 주도한 것이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틱낫한 스님이 세우신 ‘플럼빌리지(호두마을)’이라는 곳이다.

한국‘선’의 미래 찾고자 플럼빌리지행
플럼빌리지는 유럽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다.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외면 받고 있는 우리 한국불교와의 차이가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불교계에서는 그 신기함을 넘어 현재는 한국에 그 제도와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는 선학을 공부하며 ‘선의 확대’, 그 고민에 대해서 항상 생각 해왔고 이것이 플럼빌리지를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처음 ‘비교명상의 이해’라는 전공 수업을 통해 ‘플럼빌리지’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 한국에도 수많은 명상센터가 생겨나고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불교적인 색채를 띄지 않은 채 상업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한국불교계에서도 ‘국제선센터’등을 통해 따라가고 있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타계하기 위해 벤치마킹 모델로 나온 것이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플럼빌리지’였다.

유럽내 한국불교, ‘초라한 모습’에 실망
우리의 여행은 영국의 한국 사찰 ‘연화사’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세계화와 함께 해외지부에 있는 한국 사찰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연화사와 길상사의 규모는 생각보다 초라해 실망했다. 사찰의 해외지부는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만, 그곳은 정말 상징적인 공간이었을 뿐 큰 포교를 행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들의 설립 목적도 그 곳에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포교하고 위로하는 것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또한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경우에는 건축물의 양식을 정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영국식, 프랑스식 건물에 들어서 있는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연화사는 영국명의 간판도 없었으며, 한적한 주택가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플럼빌리지까지 당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는데 수도 파리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보르도’ 지방에 있었고, 그 보르도에서도 1시간 기차를 타고 들어가서, 택시를 타야하는 정말 먼 여정이었다.

함께 친구되어 수행하는 ‘플럼빌리지’
플럼빌리지는 재가자도 출가자도 구분이 없다. 모두가 함께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보다 조금 더 공부한 사람과 보다 조금 더 민감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이야기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먹는 것에서 말하는 것으로, 말하는 것에서 마음으로 심도 있게 이끌어 나갔다. 어떤 이들은 그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다른 이들은 함께 즐기며 명상과 프로그램을 해 나갔다.

매일 행선(行禪ㆍ일정한 장소를 걸으며 하는 수행법), 와선(臥禪ㆍ일정한 자리에서 누워서 하는 수행법), 말하기(Talk) 수행을 했고, 이밖에도 느낌과 체험위주의 수행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그 중 우리가 체험할 수 있었던 수행법은 ‘와선’과 ‘달마토크’ 였는데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말하기 시간을 통해 수행을 하며 느꼈던 점을 자유롭게 표현하여 공유했다. 때론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냈다. 다 같이 노래를 불렀고, 지난 수업에 대해서의 느낌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였으며 때론 자신의 과거를 연관 지어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쉬는 시간에는 정자에서 자유롭게 차를 마셨고, 수업시간ㆍ식사시간 사이에 울리는 종소리에 모든 사람은 일제히 행동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았다. 이것이 이 플럼빌리지에서 꼭 지켜야 할 룰(rule)이였다. 그 종소리가 때로는 장난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플럼빌리지에서 만났던 한 독일 친구 캠 크리시(Kemm Krissyㆍ27)는 4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그는 스스럼없이 내게 말을 걸어왔는데, 동양인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신기한 듯 했다. 캠은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신비롭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자꾸 오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명상센터의 미래를 보다
허례허식 없고, 모두가 자유롭고 평안한 공간 플럼빌리지. 수행하는 동안 내 몸을 돌보고, 지켜보고, 느끼기만 했을 뿐이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플럼빌리지 수행을 통해 나는 명상이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 아닌 내 일상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종소리는 내 행위 순간순간을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캠핑장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텐트와 쉬는 시간엔 게임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명상의 시작은 현실과 자유로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선’을 하며 몇몇은 코를 골며 잠에 들었다. 이야기 도중에 울고 웃으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편한 마음가짐, 이것이 진정한 ‘선’의 시작이 아닐까. 불편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최소한의 룰 안에서 자연 안에서 부처님의 품안에서 웃고 있었고 편안해 하고 있었다.
한국 명상센터의 미래는 여기에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함께하려는 노력없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만 했던 게 아닐까?

오 수 기
선학전공 4학년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