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① 우리대학 동아리의 현재
공간 기득권화 위해 유령회원 동원ㆍ활동계획 및 내역 재탕

지난 10월, K대 동아리연합회가 동아리 회원 일부가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동아리에 공식적으로 ‘퇴거요구’를 하면서 대학 동아리방 점유에 관한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퇴거요구를 받은 동아리방은 불법시위로 경찰 수배명단에 오른 전 학생회 간부가 은신처로 사용하고 있었다. 동아리의 설립취지 및 목적에 따른 활동은 없었다.
동아리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다양한 학과 학생들이 교류하며, 세상을 배웠던 대학 내 또 다른 작은 사회였다. 한때 대학생의 특권, 대학생활의 낭만을 상징했던 동아리. 동아리는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와 대학문화의 변화로 동아리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

이념ㆍ인문ㆍ사회동아리 축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동아리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이념ㆍ인문ㆍ사회동아리가 축소된 것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비판적 시각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왔던 이들 동아리 대부분은 2000년대 들어 활동이 저조해졌다.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학술토론 등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회원도 전혀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해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동아리도 있다. Y대학 A사상동아리 회원은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없다. 몇 년째 신입회원이 없거나 한두 명이며, 이들도 활동이 거의 없어 기수가 끊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상황도 작용했다. 민주화 이후 이들의 세력과 역할이 축소된 것이다. 더욱이 90년대 말 IMF 이후 소위 ‘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줄어들었고, 이러한 상황은 동아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령회원으로 동아리방 유지
우리대학 동아리연합회에 등록된 65개 동아리 대부분은 학생회관에 동아리방을 보유하고 있다. 각 동아리는 동아리연합회에 매년 4월 동아리 등록을 하고 있다. 이 절차에서 각 동아리는 회원명단과 활동계획을 제출하고 있으며, 회원구성요건에서 5개 학과 이상, 3개 단과대 이상으로 구성된 20명 이상의 회원수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동아리는 동아리방 회수를 염려해 실제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선ㆍ후배를 동원해 정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령회원이 등장한 것이다. B동아리 회장은 “회원명단을 제출하면 실제로 확인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친구나 선ㆍ후배의 이름을 기입하거나 군입대한 후배나 동기의 이름을 제출한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리 활동 또한 실제로 목적에 맞지 않게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C동아리 회장은 “활동계획서와 활동내역은 재탕하고, 내용의 일부만을 수정하여 제출한다”고 밝혔다. 우리대학 동아리연합회는 지난 2009년부터 평가기준을 마련해 활동이 미미하거나 회원 수가 미달인 동아리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지원금을 차등지원하거나 부여된 동아리방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5개 동아리가 동아리방을 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 제재 효과는 미미하다. 동아리 활동지원금이 1년에 30만 원 내외의 소액이기 때문이다.

일부 동아리방 자취방 화(化)
특별취재단이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동아리방 사용실태를 직접 취재한 결과 실제 활동 없이 자취방처럼 사용하는 사례를 확인했다. 취사도구와 주류는 물론, 열풍기와 전기장판도 발견했다. 전열기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설관리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나 현재 사용실태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일부 동아리는 동아리방 내에서 고기를 굽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 학생회관 경비근로자는 “음주금지ㆍ취사금지 등 주의사항을 교육하고 있지만,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학생회관 동아리공간 공유 필요
학생회관에 위치한 동아리방은 기존 동아리들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측은 냉ㆍ난방기구 시설개선 등을 포함해 노후화된 학생회관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했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회관 리모델링과 관련해 “지난해 동아리연합회의 조사 결과 50%의 동아리가 무조건적인 반대의사를 밝혔고, 25%는 리모델링을 하되 기존 동아리방 면적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학생회관 리모델링은 동아리방 회수를 우려하는 동아리회원들의 반대 등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대학에 재학 중인 최모양은 “학생회관의 동아리 대부분이 폐쇄적”이라며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길 원했다. 사회과학대에 재학중인 정모 군은 “학생회관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지만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아 실제로 학생회관을 이용할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학생회관이 진정한 학생들의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유공간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활동이 미비한 동아리와 유사동아리를 분과별로 재구성하고, 공간을 확충하여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특별취재단 dgupres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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