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치체제에 대해 “국가의 주권이 국민 다수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하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民主主義)국가”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며칠 새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를 혼란스럽게 만든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지난 8일 확정ㆍ발표된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이었다. 2013년부터 사용될 이 집필기준에는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명시되었다. 여기서 ‘자유민주주의(自由民主主義)’란 ‘자유주의(自由主義)’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정치원리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와 제도에 초점을 둔 체제다.

 

▲논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8월 초ㆍ중ㆍ고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이 되는 ‘역사교육과정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존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교과서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리는 등 역사교과서 수정작업을 지속해왔다. 이 시점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침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0월 ‘2011 역사교육과정’을 고시하며 한국현대사학회가 주장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급하게 바꾸어 명시한 것이다.

▲절차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학문적 하자다. 현 정부가 임기 내에 역사교과서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이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주창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표기를 주장하는 학자들조차 우리나라가 언제 이를 표명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최초 근거로 들었던 ‘헌법 정신’에도 해당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우리나라가 자유국가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전체주의의 길을 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과, ‘자유는 경제적 자유만을 의미한다’며 경제적 자유만으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한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정치체계를 규정한 자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에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라고 규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정권의 정치적 입장에 의해 교과서가 달라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역사교과서라면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확립시킨다는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는데,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바뀌는 역사교과서가 얼마나 역사적 가치를 함유하고 있을까? 역사책에 정치적 입장이 아닌 역사(歷史)만 기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