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의 선유사(仙游寺), 신선(仙)이 놀다(游)라는 뜻이다. 신선이 노는 곳이라 불릴 만큼 그 경치가 매우 빼어났다. 선유사는 처음부터 사찰이 아니었다. 수나라 문제가 피서를 위해 지었던 선유궁이 당나라 때 사찰로 바뀐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774년 당시 당나라 황제인 측전무후의 명을 받아 혜초 스님이 9개월간 기우제를 지낸 곳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인연이 깊다.

허름한 농가를 개조해서 만든 절, 무너질 듯한 법당, 창가에 드리워진 거미줄. 주지스님과 2명의 어린 스님이 쓰러져 가는 절을 지키고 있었다. 과거의 선유 10경으로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는 선유사의 신화는 다 옛 말이었다. 사실 1998년 전까지만 해도 선유사는 하루 500명이 넘는 신도들이 찾는 큰 절이었다. 그러나 국가에서 생활용수를 얻기 위해 선유사 자리에 댐을 만들었고, 결국 절은 물에 잠기게 되었다.
선유사의 주지스님은 “사람들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유사를 옮긴 것은 부처님의 은덕이요, 좋은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774년, 비가 오지 않는 서안에 비를 내리게 했던 혜초스님이 되살아나 서안 사람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했다고 믿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승려 혜초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국제둔황프로젝트 서울센터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영국 국립도서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돈황과 실크로드에서 발견되는 유물과 문헌 자료들을 모으고, 연구하는 네트워크이다. 실크로드 돈황의 막고굴 장경동에서 발견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국내의 실크로드 연구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이는 한국의 종교, 역사, 문화를 살피는 기회 뿐 아니라, 해외에 소개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국내외에서 혜초에 대한 연구와 기록에 대한 보존작업이 이처럼 계속 진행된다면, 한국의 문화 경쟁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박지현 기자 bungaeo0@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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