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 파는 집념, 평창을 세계도시로”

강원도 두메산골의 한 청년은 언젠가 반드시 고향 강원도를 발전시키리라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50년 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로 결정이 나면서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지리적 조건으로 인한 강원도의 한(恨)을 강원도의 힘(力)으로 변화시킨 주역,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지난 7월 남아공 더반.
2018 동계올림픽 개최도시 발표를 앞두고 김진선(행정74졸) 동문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정황상 평창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지만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초조하고 속도 타들어갔다.
마침내 엄숙한 분위기를 깨고 IOC위원장이 “피영창(pyeongchang)”을 발표하는 순간, 김 동문은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승리의 기쁨과 함께 그 동안 험난한 가시밭길을 온몸으로 헤쳐 나갔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복받쳤기 때문이었다.

초지일관 공직의 길
김진선 동문이 공직의 길을 걷고자 뜻을 세운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글짓기에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웅변 작문 대표로 선발되어 고향 강원도 동해에서 서울까지 올라가야 했다.
“새벽 5시에 시외버스를 타서 춘천에 도착하고 보니 저녁 7시였어요. 또 거기서 밤차로 서울까지 가는데 9~10시간이나 걸린 거예요. 그 때 강원도의 현실을 실감했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김 동문은 개발이 미진한 강원도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국가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대학 행정학과에 입학한 후, 1972년 유신체제가 선포되면서 전 학교에 휴교령이 내렸다. 많은 학생들이 데모에 나섰지만 김 동문은 행정고시 준비에 매진했다.
“데모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어요.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인가에 대해 고심했지만, 공직에 들어가서 실질적으로 지역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었어요.”
목표가 분명했기에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할 정도로 공부에 전념하여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내무부에서 시작하여 영월군수, 강릉시장 등을 거쳐 강원도지사를 역임하기까지 36년을 공직에 몸담았다.

평창올림픽 삼수, 성공하기까지
김 동문은 강원도를 전국화, 세계화시키고자하는 일념 하에 동계올림픽 유치를 고안해냈다. 1994년 처음 구상한 이래로 17년의 기간 동안 올림픽 유치의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두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과 비판에 부딪혔다. 무모한 도전이라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 동문은 그 때가 인생 최대의 고비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가 될 만한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면 될 때까지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친분이 있던 한 IOC 위원이 “지금까지 평창을 지켜봐왔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재도전하라”는 응원을 받고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김 동문은 도민들과 국민들을 설득했고, 더 나아진 제반 여건들을 점검하며 그간 쌓았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IOC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나갔다.
마침내 2018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으로 확정이 났다. 강원도민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지고 국가적 과업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즉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평창과 강원도가 도약을 이루며, 국가적으로도 88올림픽에 이어 국가브랜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유치 성공의 비결을 묻자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이 있다며 직접 한자로 써 주었다. 심지기위의(心之起爲意ㆍ마음이 일어나면 뜻이 된다), 마부작침(磨斧作針ㆍ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 즉, 마음으로 원하고 정성을 다하면 이뤄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얼마 전 평창 조직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진선 동문.
앞으로 2018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선진 국민으로서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국격을 상승시키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진선 동문이 김연아 선수를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하며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진정성은 신뢰를 낳는다
김 동문은 평창 올림픽 유치뿐만 아니라 강원도지사를 3선 연임해서 맡았을 정도로 행정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52세에 당시 최연소 도지사로 당선되었고, 임기 말에는 80% 내외의 지지도를 보여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도 없었다. 한 번 목표를 세우면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섰다. 이는 곧 실적으로 증명되었고 강원도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진정성을 갖고 임하니 도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성실, 책임, 공평, 청렴 네 가지를 들었다. 특히 청렴하면 권위가 생기고, 성실하면 기회가 쌓인다고 강조했다.
김 동문은 “그 동안 동국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후배, 재학생 할 것 없이 많은 성원을 받았다”며 “동문 간의 끈끈한 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동국대는 뿌리 깊은 전통과 역사를 토대로 한 잠재력과 저력을 갖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후배들에게도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한 우물을 파는 집념이 필요합니다. 시련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인내와 끈기를 지니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라”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덧붙였다.
앞으로의 꿈과 향방에 대해 “개인적 바람보다 국가의 바른 가치 판단에 의해 반듯하게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그러한 과정에 있어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조력자가 되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늘 자신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청렴을 실천하며,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행정가인 김진선 동문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목민관의 모습이 아닐까.

김유경 수습기자 audrey@dongguk.edu

김진선 동문 프로필

△1946년 강원 동해 출생 △1974년 행정학과 졸업 △1974년 제15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영월군수 △1991년 강릉시장 △1994년 부천시장 △1998년~2010년 제32대, 제33대, 제34대 강원도지사 △2006년~2008년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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