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인 박영석을 보내는 노래

신선(神仙) 되어 오르셨는가,
산신(山神) 되어 주무시는가
너무 높은 곳의 일이라
인간의 마을에선 알 수가 없네.

당신은 지상에서 제일 높이 오른 사람,
하늘사람들이 오색구름 몰고 와서
모셔갔는가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가
백옥루 상량문 쓰러 갔듯이
하늘에서도 오를 사람 없는 아득한 벼랑으로 
옥황상제 심부름 가셨는가

어디 계신가, 우리 눈엔 보이질 않네
수미산 꼭대기가 궁금해서
자일을 챙겨들고 떠나셨는가
아무도 못 가본 골짜기 비박을 하며
하늘 끝 찾으러 가셨는가

당신은 눈밭에서도 잠들지 않을 사람
죽어서도 누워있지 않을 사람
또 어디만큼 가셨는가
태극기를 들고
우리 동국대학교 깃발을 품고
 
이땅에는 아름다운 날들이 와서,
즐거운 낙엽에들 앉아
웃고 떠들며 김밥을 먹고 술들을 마시는데
당신이 아니 보이네
한참을 찾아도 안보이네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
이땅의 산 그리메 모두 보이고
지상의 산이란 산 두루 비치던
당신의 크고 맑은 눈동자가
안보이네

휘황한 계절에 문득,
조등(弔燈)이 내걸리고
당신이 없어 캄캄한 사람들이 우네
당신이 그리운 남산 소나무가 우네

그러나, 오래 울진 않을 것이네
당신은 지상에서 제일 높이 오른
남산 코끼리
당신의 눈에 선연히 떠오르는
용맹정진의 눈부처를 보며
눈물을 닦을 것이네
울음을 그칠 것이네

도서관 앞 당신의 얼굴에서
불멸의 정신을 읽은 젊은이들이
슬픔의 등을 끄고 지혜의 등을 밝힐 것이네
남산의 코끼리들은 다시
저마다의 산을
오를 것이네.

윤제림 시인은 1983년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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