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전후) 日本文學(일본문학)의 代表作(대표작)으로

  ‘그날그날이 晩年(만년)’으로 항상 죽음과 뒤척이며 來日(내일)의 의미를 갖으려던 다자이ㆍ오사무(太宰治(태재치)). 너무나 純情的(순정적)인 아픔이 있어 병든 우리들의 가슴에 메아리 지고 있는 것이다.
  이젠 상처받았던 國籍(국적)이 또다시 쇄국적인 좁은 안목을 버리고 아량과 文化(문화)의 汎世界性(범세계성)으로 높은 次元(차원)에 서보자.
  帝國主義(제국주의)의 탁한 울안에서 戰後日本(전후일본)은 조금씩 혁명이 일기 시작했다.
  여지껏 人間性(인간성)의 그 숭고한 理念(이념)을 잊은 ‘이즘’에서 패전과 더불어 日本精神界(일본정신계)에도 새바람이 불어 온 것이다. 더불어 그 混亂(혼란)과 붕괴를 딛고서 人間存在(인간존재)의 파악에 부심했던 것이다.
  어제의 이그러진 형상에 눈물을 흘린다. 새바람에 떨어야 하는 전후 일본의 안간힘이기 때문이다. 발판을 잃고 스스로 움츠려드는 자신의 얼굴. 거기엔 방황과 自虐(자학)이 있어 무수한 變身(변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佛堂(불당)과 로랑상畵集(화집) 그리고 뱀이 어울려 있는 피로 쓴 ‘斜陽(사양)’으로 몸부림 있는 戰後日本(전후일본)을 찾아가 보자.
  ‘太宰(태재)는 芥川(개천)이 그 生涯(생애)의 마지막 판에 到達(도달)했던 지점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너무나 수월하게 天才(천재)라는 칭호를 부여받은 太宰治(태재치). 그의 왕성한 創作(창작)정신은 ‘晩年(만년)’ ‘다스게마이네’ ‘쓰가루(津輕(진경))’ ‘비용의 아내’ ‘人間失格(인간실격)’ 등 많은 力著(역저)가 있다.
  투신자살하기 1年前(년전)에 발표한 ‘斜陽(사양)’(1947)은 전 일본에 ‘斜陽族(사양족)’이라는 일대 선풍을 일으킨 長篇(장편)이다.

  昭和時代(소화시대)의 雅文(아문)으로 불리는 文體(문체)와 詩的(시적)인 분위기로 진한 人生(인생)을 담고 있다. 適應性(적응성)을 거부하는 혹은 상실당한 時代逆行的(시대역행적)인 행위들. 오히려 처절하기만한 한 時代(시대), 한 인간이 노을 속에서 헤메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斜陽貴族(사양귀족)으로 통해 부각시킨 흐미하게 滅種(멸종)되는 인간형. 그것은 다만 가즈꼬ㆍ나오지ㆍ우에하라들의 이름만은 아니다.
  한 時代(시대)의 이름, 바로 소멸되어가는 現代(현대)속의 純粹性(순수성)을 지키려는 분들의 이름인 것이다.
  패전직후 니시가다마찌에서 이즈(伊豆(이두))의 山莊(산장)으로 이사 온 어머니와 스물아홉의 딸 가즈꼬.
  인간에게 있어서의 ‘간직한 일’로 동물이 아닌 인간이길 확증하는 소박한 생활을 한다. 내가 왜 살아 가야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푸념의 시작은 이렇게 펼쳐진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약중독에 걸려 소설을 쓰겠다는 동생 나오지가 戰場(전장)의 남방에서 행방불명의 궁금을 털고 伊豆(이두)로 온다. 불타는 느낌, ―思想(사상)ㆍ主義(주의)ㆍ理想(이상)ㆍ질서ㆍ진리ㆍ순수 등 모두가 거짓이라고 몰아친다. 오로지 그에겐 술과 방탕 그리고 신음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은 ‘貴族(귀족)이라는 자신의 헛 도깨비에서 이탈’을 꿈꾸다 너무나 처절하게 자살로서 끝낸다. 급변하는 時代(시대)의 희생물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욕, 어떤 현실보단 길다란 遺書(유서)같은 ‘흥청거림’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안되겠어요. 먼저가요. 나는 내가 왜 살아있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전연 모르겠어요. 살아있고 싶은 사람만이 살면 되지. 인간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것과 똑같이 죽을 권리도 있는 것입니다.’
  뱀을 느끼며 너무나 조용히 죽어가는 어머니. 동생이 사사하는 소설가 우에하라에게 편지를 거듭 쓰는 가즈꼬. 모두가 슬프고 고귀한 희생자들이다.
  우에하라의 애첩이 되어서 당신의 애기의 어머니가 되는 일을 어떤 구원으로 삼으려는 가즈꼬. 갖은 난관 끝에 성취되지만 마지막으로 또 다른 부탁을 한다.
  ‘이것은 나오지가 어느 여자를 내통해서 낳은 애기입니다’ 동생 나오지가 살아있을 땐 여러모로 자기에게 피해를 주었지만 어느 덧 그 희생자에게 동정을 하게 되었던가. 어머니의 귀족적 아름다움을 잇지 못한다는 몸부림은 구원도 못 받고 멸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멸종되는 것들의 깊은 哀愁(애수). 거기에 파멸적 창작방법을 도입해 전환기에 방황하는 예술가들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줄곧 詩的(시적)인 분위기와 치밀한 묘사력, 넘치는 감수성으로 ‘斜陽(사양)’을 전후 일본문학의 대표작이라 볼 수 있겠다.
  한 女人(여인)과 太宰治(태재치)와의 情死(정사)는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시사해준다. 그의 “태어나서 미안해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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