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미 동문
대학 시절 종종 정각원에 오르곤 했다. 돌계단에 앉아 남산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 야구장의 아이들 소리도 즐거웠다. 무엇보다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여자에게는 경찰행정학이 무리라는 부모님의 만류를 무릅쓰고, 입학한 대학은 전공도 만만치 않았지만, 남학생만 수두룩한 틈에서 홍일점으로서 견뎌내는 것이 사실 더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정각원 계단에서의 휴식은 내게 일상의 여유를 되찾게 해 주는 나들이 같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공에 따라 경찰직에 입문한 뒤에도 학업을 계속해 경찰대학에서 최초의 여자 경찰공무원 교수요원으로서 7년여 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곳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아홉 해가 지났고, 웬만한 대구 사투리는 알아듣는 아주 착실한 지역주민이 되었다. 학부 시절 정각원 계단에 앉아 경찰을 거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나름대로의 꿈을 실현한 셈이다.

1962년 학과가 창설된 이후 21년 만에 세 번 째 입학한 여학생으로서 동국대 경찰행정인이라는 자부심을 늘 지니고, 지금 내가 가르치는 이 학생들 역시 경찰직이든 일반행정직이든 혹은 민간영역의 그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덕분에 2008년에는 최우수 강의교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상은 학생들이 선발한 것이기에 내게는 더욱 특별하다.
이런 저런 일로 모교를 방문할 때마다 교육인프라가 확충되고 정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서는 종합 14위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명문사학으로서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졌다. 기쁘고 또 고마운 일이다. 대학이 성장을 하려면 교수와 학생, 그리고 행정까지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졸업생으로서 더욱 긍지가 느껴진다.

노자(老子)에 승인자유력 자승자강(勝人者有力 自勝者强)이라는 구절이 있다. 남을 이기는 것은 힘이 있는 것이고, 자신을 이기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다. 부디 후배들이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채워서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하길 바란다. 그들이 가진 힘을 밝혀 주변을 평화롭게 하는 유력한 동국인(東國人)이 되기를 바라며 합장한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