飛天(비천)ㆍ幢座(당좌) 뛰어난 新羅工藝(신라공예)의 白眉(백미)

佛敎工藝(불교공예)①
實相寺梵鐘(실상사범종)

  우리들이 절에 갔을 때 그것도 더구나 호젓한 山寺(산사)일 때 가장 깊게 감명을 받는 것은 무어니 해도 종(梵鐘(범종)) 소리다.
  은은하고 낭랑하며 청정하고 신비스러운 그 소리는 인간의 더러운 마음을 말끔히 청소해주는 절묘한 화음(和音)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鍾(종)의 樣式(양식) 역시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서 韓國美(한국미)의 極致(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工藝品(공예품) 가운데 質量(질량)의 모든 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梵鐘(범종)인 것이다.
  梵鐘(범종) 가운데도 특별히 우수한 것은 新羅(신라)의 梵鐘(범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聖德大王神鍾(성덕대왕신종), 上院寺鍾(상원사종)은 우리나라 美術(미술)의 白眉(백미)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新羅鍾(신라종) 하나를 우리는 갖고 있다.
  비록 윗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飛天(비천)ㆍ幢座(당좌)등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國內(국내)에 남아있는 신라종으로서는 앞에서 말한 것과 함께 세 번째이며 마지막 것으로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여기 飛天(비천)은 악기를 연주하는 소위 奏樂飛天(주악비천)인데 현재 구름 위에 두 天女(천녀)가 쌍으로 笛(적)을 불면서 하늘을 날라 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얼굴의 표현이나 몸의 자세 또는 휘날리는 옷자락 등을 모두 정묘하고 우아하게 처리하고 있어서 聖德大王(성덕대왕)신종이나 상원사신종의 비천상보다 오히려 뛰어난 作品(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撞座(당좌) 역시 매우 섬세 화려한 문양인데 연꽃과 보상화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법은 특히 지금은 아깝게도 없어져 버린 禪林院鍾(선림원종)과 매우 유사하여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주고 있다.
  이 종 가운데 가장 완전하게 남아있는 것은 종의 제일 아래쪽인 띠, 즉 下帶(하대)이다. 여기 문양은 당초문(唐草紋)인데 매우 섬세하며 수법은 역시 선림원 것과 닮고 있는 것이다.
  乳廓(유곽)은 한 쪽의 일부만 남아있어서 대체적으로 신라종 일반의 유곽인 것만을 추측할 뿐이다.
  말하자면 이 이상이 되는 종의 상단부가 없어진 셈이다. 유곽의 대부분ㆍ상대, 그리고 음통(音筒)과 용뉴 등이 아마도 불에 녹아 없어진 것 같다.
  이 종은 그 유명하던 禪宗九山門(선종구산문)의 하나인 智異山(지리산) 實相寺(실상사)에서 1967년 3월29일에 출토된 것이다. 지뢰탐지기로 우리의 고적들을 마구 뒤적이던 사람(호리꾼)들이 발견한 것이지만 다행히 잘 수습되어 우리 박물관에 소장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종은 銘文(명문)이 남아있지 않아서 확실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종의 양식이며 실상사의 역사 등으로 고찰해보면 아마도 9세기 전기에 제작된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되어진다.
  하여튼 이 범종은 우리 학교의 자랑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보물로 韓國工藝史(한국공예사)에 길이 빛날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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