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일 교수의 독서산책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오일쇼크가 터질 것이라 한다. 이제까지 석유가 많이 소비되도록 미국이 관련 데이터를 숨겨 왔기 때문에 현재 인류는 원유고갈 문제에 대하여 무감각하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불과 3년 후면 지금의 금융자본주의에 의한 경제위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규모의 인류 대사건이 예견된다. 사실유무를 떠나 원유는 분명 한정된 재생 불가능 자원인 점은 명확한 사실이며, 한국은 석유가 한 방울도 안 나지만 원유가 에너지 주공급원이라는 점 그리고 원유의존도가 매우 높은 현재의 한국 도시건축 그리고 한국인의 삶의 방식이 결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이제 한국사회도 에너지 자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하여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지난여름 한 차례 정전사태를 맞으면서 전기에너지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쏟아진 각종 대책은 공급측면에 맞추어져 있었지만, 훨씬 더 중요하고 지속가능한 대책은 수요측면에서 전기사용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현재 도시와 건축 에너지수요의 50% 이상은 쉽게 줄일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에너지 수요축소가 지속가능건축과 사회가 추구해야하는 최우선과제이다.

파올라 사씨(Paola Sassi)가 쓴 지속가능건축에 대한 책, ‘Strategies for Sustainable Architecture’를 소개하고자 한다. 과거 신앙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현대 소비주의가 모든 문제의 뿌리이며 현대 윤리적 가치체계의 혁신 없이는 지속가능건축과 사회는 불가능하다.

사실 소비주의에 기반을 둔 모더니즘이 건축과 도시에 적용되어 산업 건축자재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사회구조의 문제는 바로 이 소비주의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근대 도시건축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건축의 전략과 사례들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곧 불어 닥칠 석유환란시대를 전혀 대비하지 않는 우리 사회와 건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샘물을 공급하는 책이다. 지속가능건축을 위하여 먼저 도시 차원(Compact City)에서 설명한 뒤, 마을 차원에서 왜 마을이야말로 지속가능사회를 만드는데 핵심인가를 설명하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어떻게 이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밝힌다. 건축의 목적은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므로 그 다음에는 건물거주자의 건강과 웰빙, 건축자재, 에너지, 그리고 물 문제를 건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이 건축서적이라서 혹시 이공계 책인가 생각하는 분들은 글로벌 시대를 잘못 사는 사람들이다. 건축은 본시 시민을 위한 예술이므로 이 책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내용이 기술적 내용과 함께 섞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건축전공서적과 마찬가지이다. 이 책이야말로 기술적 차원의 주제를 문화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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