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사하라 사막마라톤 완주한 윤승철(문예창작2) 군의 체험수기

▲윤승철 군

냅다 달리고 걷고를 반복한다. 오른쪽 어깨를 타고 볼을 지나 입 옆까지 연결된 물 호스이지만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몇 번을 고민한다. 고개를 돌려 호스를 입까지 갖다 대고 물을 마시기 위해 호스의 입구를 빠는 일조차 힘들다. 계속 가고는 있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상상할 수 없는 더위와 10kg이상의 배낭이 짓누르는 무게. 동물원 속 악어가 닭고기를 단단히 문 것처럼 사막의 모래는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제한된 시간 안에 체크포인트를 지나야 한다는 압박감, 입안까지 세력을 넓히는 목마름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물에 대한 걱정들이 사방에서 나를 에워싼다. 태양빛은 바늘이 되어 떨어져 온몸을 들쑤신다. 자외선차단제는 땀방울을 타고 미끄러진 지 오래다. 이 와중에도 다리근육은 새로운 모래 위에 발을 디디고 그 디딘 힘으로 다음 발을 내딛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뜨겁다는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에서 250km를 뛰는 레이스. 10월 2일부터 7일간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하는 악조건. 이런 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래, 사하라에 나를 던져보자” 거센 모래폭풍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 바람결이 새겨진 고운 모래입자와 강렬한 태양, 그리고 새벽이면 영하까지 떨어지는 추위. 저 멀리 오아시스가 보이고 느릿느릿 낙타가 지워진 발자국을 따라 걷는 모습. 생물이라곤 몇 십 킬로 미터마다 간간이 외롭게 서있는 선인장이 전부인 곳. 매순간 무언가가 증발하는 듯 착각을 주는 아지랑이들과 이글거리는 태양에 감히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극한. 과연 생각했던 사막의 모습일까. 사하라에 가기로 마음먹고 머릿속으로 사막을 그려보았다. 눈을 감고 생각을 할 때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부분은 검은색으로 가득차기 마련인데, 사막을 생각하니 그 부분들이 모두 모래알갱이로 가득 찼다. 그 한가운데에 뛰기도 하고 때론 걷는 모습의 내가 보였다. 상상은 늘 머릿속에서 내가 스무 걸음 이상 가기 전에 가슴이 벅차 깨곤 했다. 그러면 차분했던 내 심장이 배턴을 이어받아 대신 뛰고 있었다.

 대한민국 젊은이의 패기 보여주고파

한낮의 평균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사막 중에 사막인 사하라 사막의 더위란 표현하기가 힘들다. 상당히 더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혀를 내두를 정도의 뜨거움에 다른 선수들도 적지 않게 힘들어 했다. 육체적 피로보다 더 큰 문제였다.

간식으로 가져온 초코바들은 이미 형체를 잃어 액체가 되어 있었다. 브라우니를 만들기 위해 초콜릿을 중탕이라도 한 것처럼 손의 모양대로 봉지 안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캐러멜은 물론이고 껌의 표면에 붙어 있는 설탕가루나 파우더 같은 흰 가루들도 녹아 들러붙었다. 배낭 속 물백에서 어깨로 연결되는 호수에 있는 물은 직사광선으로 이미 따뜻한 물이 된지 오래였다. 사막에서 제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라텍스나 고무 재질이 들어간 신발은 뜨거운 햇빛에 수축되어 선수들의 발을 압박하기도 했다. 나는 미리 다녀온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구해 한 치수가 큰 신발을 신고 갔지만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은 잔뜩 움츠러든 신발로 고생해야 했다. 세어 들어오는 모래와 수축된 신발에 못 이겨 결국 신발 바닥을 제외한 앞부분, 발가락 윗부분을 맥가이버칼로 오려낸 사람도 있었다. 모래먼지가 들어가거나 건조할 것 같아 준비해간 일회용 인공눈물은 팽창할 대로 팽창해서 눈에 떨어뜨리기 위해 뚜껑을 열자마자 방울이 떨어졌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더위와 무거운 배낭 더불어 나를 괴롭힌 것은 붓는 발이었다. 아침밥을 먹으며 짐바브웨에서 온 마크가 던지는 한 마디. “유니, 너 살찐 것 같다” 아무리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들고 왔다 하더라도 도저히 살이 찔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손과 발은 탱탱 부어 있었다. 그날의 레이스가 끝나면 선수들은 의자에 발을 올려 누워있곤 했다. 그냥 누워있으면 될 것을 불편하게 왜 굳이 다리를 올려야 하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뒤늦게 다리를 올리고 있었는지 알게 된 것이었다. 한 치수가 큰 신발이었지만 발을 넣는데 숨을 참고 끈을 늘일 대로 늘인 후 신어야 했다. 신발을 헐렁하게 신으면 모래가 들어가기 쉽고 물집이 잘 생겨 끈을 마냥 풀 수는 없었다. 손도 누군가가 바람을 불어 넣은 듯 불어나 반장갑을 끼면 피가 통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다리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발목부터 종아리가 코끼리 코처럼 부어올랐다. 자연스레 속도는 느려졌고 뛰는 것은 생각도 못할 정도였다. 제대로 걷지 못하다 보니 평소 쓰지 않는 무릎과 발목을 이용해 걷게 되었고 이는 또다시 통증으로 이어졌다. 발바닥은 그동안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했던 물집들도 기세를 몰아 요동치고 있었다. 물집으로 메디컬센터에 간다면 주저 없이 칼로 도려낼 것이 뻔했다. 바늘과 실을 이용해 물을 빼놓은 곳이 총 9곳이었다. 평발이어도 이제껏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괜히 발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구급약품이 담긴 지퍼백을 열고 진통제 두 알을 먹었다. 약국에서 약품으로 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연고를 달라고 했을 때 어디 아프냐는 약사의 말에, 아플 예정이라며 장난스럽게 말하며 샀던 약이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스틱에 체중을 실으며 절뚝거리며 걷는 선수와 60대 참가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매일 컷오프 타임에 쫓기면서도 묵묵히 골인하는 캐나다에서 온 여성참가자 앞에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만큼은 국가대표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더 오기가 생겼다. 양 어깨에 달린 태극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무엇인가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전 세계 참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한민국 젊은이의 패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작은 시련에도 또 다시 쉽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것 같았다.

세계 최연소 사막그랜드슬램 목표

마라톤이 42.195km인지도 모르고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초반에 기력을 다 소모하는 것을 보고 ‘촌놈 마라톤 하는 격’이라고 한다. 그처럼 초반에 무리하게 달리는 바람에 페이스를 잃기도 하고 사막 한 가운데서 길을 잃기도 했다. 중간에 물이 떨어져 입안이 바싹바싹 갈라지기도 했고, 배낭이 무겁다는 이유로 첫날 먹을 것을 너무 많이 버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였다. 참가자 모두에게 체력과 음식이 모두 소진되는 시점부터가 시작이었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는 500만 원, 계단을 오르내리게 해주는 휠체어는 700만 원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1,200만 원이란 자본금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하고자하는 의지와 정신력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과 중국 고비사막, 남극까지 총 1,000km레이스에 도전하여 전 세계 최연소 사막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생각이다. 막연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상에 앉아 토익공부를 하는 것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에 도전하는 동국인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