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이 둘러본 세계의 대학 ⑤ 영국 Bath Spa University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Bath Spa University의 전경

2학년 1학기를 마친 여름 나는 뭔가 도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교환학생에 지원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와중에 여러 사람이 떠올랐다.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깊이 있는 칼럼니스트 찰리 브룩커가 차례로 날 영국으로 초대했다. 

더욱이 영국은 내가 전공하는 미디어와 관련한 산업과 연구들이 사회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미디어 BBC 사와 루퍼트 머독의 ‘News of the World’ 등등 내공있는 언론사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미디어 이슈를 직접 현지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주저 없이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영국 남서부에 위치하고 스스로 ‘작은 학교’라 설명하는 Bath Spa University가 눈에 들어왔고 학교의 규모와 적은 학생 수만큼 새로 사귈 사람들과의 거리가 좁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곳에서 나의 새로운 1년을 시작하게 되었다. 

준비한 만큼 배우는 수업 인상적 
 

▲대학 UI

교수님이 주로 강의를 하면 학생들은 그저 듣고 이해하는 시간이 많았던 한국에서의 수업과 달리 이곳의 수업방식은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즉, 내가 준비한 만큼 얻어가며 적당한 때에 숟가락만 얹어 적당한 점수를 얻어가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업과 관련해 새로운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과제를 하는 방법, 과제를 제출하는 방법, 수업 전에 필수로 읽어가야 하는 리딩팩(Reading pack) 등.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괴롭혔던 것은 과제하는 방법이다.

그곳에서의 과제는 2천 자짜리 페이퍼라면 최소한 참고문헌이 5~6권은 되어야 하고 그 참고문헌을 통해 학술적으로 증명된 사실들을 과제 중간중간에 적절히 제시해야 한다.  과제의 형식 또한 학교에서 지정한 하버드 방식의 참고문헌 및 인용 규정에 알맞게 지켜져야 했다. ‘영어실력도 완전하지 못한 내게 벌써 이런 시련이……’라는 겁도 났지만 앞으로 세 학기 동안 번번히 부딪쳐야 할 문제라 생각하고 하루 빨리 익숙해지자 노력했다. 첫 학기의 주말을 온전히 도서관에 바친 결과, 두 번째 학기부터는 교수님께 영국 학생이 쓴 줄 알았다는 감격에 겨운 칭찬을 듣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국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태도였다.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방식은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몸소 체득해왔던 공부방법이었고 결과적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에 상당히 능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의 학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즐기면서도 책임지면서 공부한다는 것이 이런거구나!라는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스포츠클럽에서 많은 친구 사귀어

 

▲여자축구클럽에서 활동했을 때의 사진  

이러나저러나 1년을 가족도 없이 홀로 타국에서 지내야 하는 이 외로움을 함께 나눠줄 이는 바로 친구다. 영국으로 오기 전 가장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일차적으로는 언어적인 어려움, 둘째로는 표면적인 친구가 아닌 새로운 사람의 삶에 신세져 가면서 서로 더부살이해보자 청하는 용기의 문제. 그러나 막상 부딪쳐본 친구 사귀기의 문제는 생각과는 반대로 용기가 먼저 앞서야 했다. 은근히 기대했던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은 너무 순진하고 안일한 생각이었고 이들도 내가 ‘사귀어보자’하고 손바닥을 내밀어야 함께 맞대어 박수쳐 줄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외국학교의 교환학생 케어 프로그램(우리학교의 동국벗)이 학교에는 없었기 때문에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학교에서 만난 많은 국제학생들은 실제로 영국 현지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활동 참여가 저조한 편이었다. 단편적으로 이미 영국에서 생활한 지 3년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할 때 쓰는 영어는 곧 잘 구사하지만 막상 영국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상황에 처하면 말수가 적어지거나 자신의 언어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선 스포츠클럽에 들기로 했다. 다행히 영국으로 오기 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여자축구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함께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이 친구들이 나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축구클럽에서 나는 매주 학교 인근에 있는 풋살장과 다른 대학교의 구장을 빌려 한시간씩 훈련도 하고, 영국 남서부 대학들이 가입되어 있는 여자축구리그경기도 꼬박꼬박 치렀다. 원정경기에 가서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축구를 하고 돌아올 때면 박지성 부럽지않은 쿵쾅거리는 심장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클럽의 친구들은 축구를 하면서 동네 펍에 가서 어울려 놀면서 틈틈이 영어와 영국인들의 저녁생활(?)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었다.

팀이라는 이름 아래 돈독해진 우정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영국에 또 가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고, 나는 그저 “Being together with youguys was the best thing I’ve done here”라고 말하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 친구들은 떠나기 전 열린 스포츠클럽 시상식에서 그동안의 시간을 꼭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내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1년 간 학교의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우리 학교의 기숙사는 8명이 한 블록을 공동으로 쓰면서 주방을 함께 쓰는 방식이었다. 먹을 것만큼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처음엔 친구들과 한 식탁을 쓰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가끔 꺼내 놓는 김에 경악하고 라면을 대단한 요리로 알아주고 계란말이 하나에 탄성을 금치 않는 등 친구들은 문화충격을 받기도 했다. 청소를 미루느라 티격태격할 때도 있었지만 아플 때는 서로 돌봐주고, 생일에는 서로 기뻐해 주며 1년을 함께 보냈다. 

또 다른 결심하는 계기 돼 

▲학교 기숙사 주방에 걸려있던 학생들의 초상화 모습

아무리 처음의 마음으로 산다고 다짐해도 영국이 내게 주었던 긴장감도 시간이 갈수록 익숙한 새로움으로 변했다. 워낙 느긋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빠듯한 공부가 일상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우리와 다르게 3학기로 짜여있어 짧은 방학이 잦은 탓도 있었다.

그래서 영국 생활에 적응한 뒤로는 나태해지려 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하루를 돌아보기 위해 일기도 쓰고 친구들과 일을 만들어 밖으로 나가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을 따라 잡기 위해서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또, 어렵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결심에 또 결심을 했다.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이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넓은 세계에 내가 가진 어려움은 별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대범함과 ‘해보자!’라고 선언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 주었다.

며칠전 영국으로부터 지난 1년 과정에 대한 성적표가 날아왔다. 1장의 종이에 새겨진 몇 개의 알파벳이 주는 격려가 앞으로 내 삶에 어떻게 다시 쓰여질지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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