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 동국인 - MBC 아나운서 김정근(경영 01졸) 동문

MBC ‘생방송 화제집중’ 녹화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MBC 건물 5층의 F스튜디오를 찾아갔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카메라가 세 대나 있고 한쪽에서는 성우들이 해설을 준비하고 있다. ‘1분 전입니다’, ‘30초 전입니다’라는 말이 들려오더니 곧 생방송이 시작됐다. 화기애애하고 정감어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김정근 동문은 최현정 아나운서와 멘트를 맞춰보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김 동문을 만나 그가 말하는 아나운서와 그의 경험에 대해 들어보았다.


- 왜 아나운서가 되었는가.

= 대학시절 가장 즐거웠던 일 한 가지를 꼽으라면 DUBS 아나운서를 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막연하게 아나운서의 벽이 높다고만 생각했었다. 그 후 서른 살을 불과 두 해 앞두고 있었을 때 다니던 패션 회사에서는 나를 지방의 큰 매장으로 보내려고 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한 번 걸어볼 것을 다짐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그 해 가을에 시험을 치렀는데, 올해로 입사 3년 차다. 나는 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합격했을 당시의 기분은.

= 전화기 너머로 ‘김정근 씨 기대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제가 합격한 건가요?’라고 세 번을 되물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눈물을 흘렸다. 몸이 붕 뜨고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어서 폴짝폴짝 뛰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굴렀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사할 뿐이다. 이제껏 합격해 보았던 경험 중에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 아나운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큼 화려하지만은 않다. 방송시간 외에는 아나운서도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것이 없고 봉급쟁이일 뿐이다. 자신의 방송시간에 따라 개인별로 일정이 다르지만 하루 8시간, 주 5일, 주 40시간 동안 근무를 한다.


아나운서는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뉴스의 전달자이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정확하고 바르게 전달하는 말의 전문가이다. 정확한 표준어와 억양, 끊어 읽기를 구사해서 뉴스를 편안하며 듣기 쉽게 시청자와 청취자들에게 전한다. 적당한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서비스 직업이기도 하다. 교양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겁게 전달하고 스포츠 중계에서는 경기의 흐름을 더 쉽게 전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에 대한 관심을 갖고 다방면에 흥미가 있어야 한다.


- 아나운서임을 실감할 때는.

= 스튜디오 앞에 앉아있을 때, 2분 50초 짜리 라디오 뉴스가 끝나고 ‘김정근이었습니다’라고 말할 때, TV 뉴스데스크에 양복을 입고 앉아있을 때, 라디오 뉴스 부스 안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말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내 목소리를 들을 때 내가 아나운서임을 깨닫게 된다.


‘무릎이’를 ‘무르피’, ‘닭을’을 ‘달글’로 읽고, ‘달라요’라고 말해야 할 상황에 ‘틀려요’라고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나도 모르게 지적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다.


-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가.

= 한마디로 ‘브랜드’가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편안하게 다가가고 프로그램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보고 싶은 아나운서가 되기를 원한다. 친구, 아는 형, 동생, 아들, 사위 같은 인상을 주고 싶다.


서글서글한 눈매, 밝은 웃음, 푸근한 인상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사실 의외로 눈매가 매섭고 카리스마가 있다. 손석희 선배님처럼 힘 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공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철하고 비판력도 있는 모습을 갖기 위해 여러 가지 색깔을 덧입히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과 모습이 나오지 않을 때 힘이 드는데,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꿈이 있으면 땀을 흘려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일단 꿈이 있어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여행을 다니는 등 많은 경험을 하기를 권한다. 더불어 어떤 직업이 있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으므로, 저학년 때부터 어떤 직업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들과 같은 획일적인 대학 생활을 하지 말고 나만의 무엇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라.


마지막으로 백년 전통의 사학인 동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싶다. 본인의 처지에 불만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다. 현재 모습에 감사하면 자신감과 이득을 얻게 되고, 자신의 위치와 처사는 본인의 생각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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