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에서 계속 이어짐.


이렇게 대학생들이 고시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IMF이후 지속된 경제 불황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찾으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과의 전공을 마땅히 살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 전공을 살리는 직업을 찾기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에 대해 중앙인사위원회 진재훈 사무관은 “대학생들이 고시에 몰리는 것은 학력을 비롯한 여러 제한조건이 사기업보다 약하고 장기간 준비하면 붙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한 몫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각종 고시에 몰리다 보니 고시학원은 항상 수강생들로 북적인다. 혼자 동영상 강의를 듣고 고시를 준비할 수도 있지만 사실 혼자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고시반을 찾거나 고시촌이 형성된 신림동, 노량진의 학원을 찾는다. 신림동에서 학원을 다니며 경찰간부시험을 준비하는 유재혁(성균관대 경영2ㆍ휴학중) 군은 “혼자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보다 학원에서 직접 강사의 강의를 듣는 것이 집중력과 이해도 면에서 효과적이다. 경쟁자들이 옆에 있기 때문에 긴장효과도 있다”며 학원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를 밝힌다.


학원에서는 어떤 커리큘럼으로 시험 준비를 도와줄까? 전체적인 1년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한 과목 한 과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는데 이것을 ‘1순환’이라고 한다. 이렇게 2순환, 3순환, 4순환까지 마치며 틈틈이 모의고사와 특강도 이루어진다. 1순환~4순환까지 과정을 거치다 보면 10개월 과정을 한꺼번에 등록하기도 하는데 이때 300~4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로 인한 사교육비는 학생들의 부담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여전히 고시준비를 위해 학원을 찾고 있다. 학교 고시반의 경우 동영상 강의를 제공해 주거나, 학교 교수ㆍ학원 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마련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율학습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고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점차 많아짐에 따라 학교 고시반도 학원 커리큘럼을 도입하거나 장학금을 비롯한 지원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뚜렷한 자기주관 없이 고시를 준비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아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휴학을 하거나 심지어 자퇴를 하고 시험 준비를 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했을 경우 구직은 더욱 늦어지게 된다. 2년 휴학을 하고 9급 공무원 준비를 했던 강남대 모 학생은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출신이 아니라 학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에 두 번 떨어지면서 자신감을 잃고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섰는데 그동안의 시간과 돈에 대한 상실감이 컸다”고 말했다.


대학4년을 고시준비에 매달리는 것만큼이나, 대학시절 동안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자신이 하고 싶은 학과 공부를 심도 있게 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시열풍’에 휩쓸려 별다른 목표와 신중한 판단 없이 단지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 고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와 적성을 고려한 다음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이야 말로 고시준비를 할 때도, 다른 직업을 찾을 때도 우왕좌왕 하지 않고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방법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