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이 둘러본 세계의 대학 ④ 노르웨이 University of Oslo

 

 

노르웨이.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우거진 숲과 피오르 해안에 어울리는 평온한 나라, 세계 최고의 부국(富國)으로 모든 국민이 무료의료혜택을 받으며 아기를 낳으면 부부 모두 1년 휴가를 받는 복지국가, 실업률이 유럽 최저인 행복한 나라. 1년 중 6개월은 해가 지지 않다가 나머지 6개월은 해 없이 지내야 하는 백야의 땅, 노르웨이.

1년 전 나는 이 행복하고 느긋한 평화의 숲으로 발을 내딛었다. 나를 에워싸는 끝없이 펼쳐진 북구 특유의 침엽수림과 그 아래 쌓인 눈밭을 벗 삼아 여유롭게 공부하는 상상의 낭만이 이끈 것이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규모를 갖춘 종합대학인 오슬로대학교에서의 국제교환학생, 이것이 1년 동안 나의 부족했던 능력을 채워주었고 변화를 요했던 가치관에 자극을 주었다.

 



유럽 5위에 달하는 인문대
학교에서는 영어와 노르웨이어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그 중 영어로 이수할 수 있는 코스는 800여개에 달한다. 학교 산하에는 다양한 단과대학이 개설돼 있으며 그 중 인문대학은 북유럽 지역에서 최고, 유럽에서는 5위로 선정된바 있다. 캠퍼스는 시내 여러 곳에 있는데, 법학부 건물은 국립극장 부근 칼요한스 게이트(Karl Johans gate) 거리에 있는 옛 캠퍼스에 그대로 위치하며 다른 학부 건물들은 블린던(Blindern) 지역의 현대식 캠퍼스에 주로 있다.

 

 

 

‘버디시스템’으로 유학생과 소통
오슬로대학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국제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버디(Buddy) 시스템’. 말 그대로 친구를 사귀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개강이 되자마자 시작되며 사회적·학문적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모든 국제학생들은 자동적으로 버디 그룹에 등록이 되며 이미 오슬로대학교에서 수학을 한 적이 있는, 그룹을 원활하게 이끌 2, 3명의 리더들과 15명 내외로 같은 전공생의 국제학생들로 구성이 된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의 경우, ‘Media and Communication’라는 타이틀 아래 엮어진, 매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과 버디 그룹을 통해 쉽게 소통할 수 있었다. 친구들의 집을 번갈아 방문하며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밤새 음악과 웃음과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틀 뒤 수업시간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서로의 다른 문화를 비교하며 그것을 진지하고도 새롭게 여기는 것이 꽤나 유쾌했다.

자유롭게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관심에 맡겨둘 수도 있는 것이거늘 유학생에게도 예외 없는 학교 측의 관심과 배려로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는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씨알도 먹히지 않는 벼락치기
오슬로대학교가 한국의 대학교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면 중간시험은 치르지 않고 보통 기말시험만으로 학점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란 시간에 너그럽게 굴거나 주변의 유혹에 안일하게 대하다가는 시험 후 엄청난 자괴감과 후회로 찜찜한 방학을 보내는 경우가 생겨버린다. 수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오슬로대학교에서는 최소 3시간 동안 장문의 서술형 문제에 답하는 유형으로 기말시험을 출제한다. 말도 안 된다며 혀를 내두를 수도 있다. 하지만 시험을 보는 동안 자유롭게 감독관과 동행하여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고 요기를 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 반입이 가능하다. 작은 초콜릿부터 시작하여 바나나, 샌드위치까지 학생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전투식량(?)을 준비해온다. 3시간 동안 시험지 앞에 매달려 있을 생각을 하니 시험문제에 대한 걱정보다도 나의 집중력부터 걱정되었고 시간은 넉넉하고 충분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막상 시험을 보니 문제는 나의 생각을 충분히 확장할 시간,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시간을 요했다. 고로 3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 점도 없지 않았다. 그러니 한 번의 시험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오슬로대학교 학생들에게 벼락치기야 말로 혀를 내둘러야 할 금기사항이었던 것이다.

덧붙여 출석제도의 개념이 없어 출석을 부르지 않는 오슬로대학교의 특이사항(?)은 무료 교육에다가 대학입시경쟁이 없는 이 나라에서 대학은 필수 코스가 아닌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일 뿐임을 여실히 알려준다. 그러니 평소 늘 꾸준히 공부하는 성실함만이 오슬로대학교에서 수학하는 동안에 길러야 할 덕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천하려 많이 애쓰기도 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
노르웨이의 겨울은 깊고도 길다. 오후 3시가 되면 슬금슬금 어두워지면서 4시가 되면 깜깜해진다. 늦잠을 자는 날이면 그 날은 왠지 한 것도 없이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노르웨이에 여름이 찾아오면 밤 11시가 되어도 저물지 않는 해덕에 시간을 버는 듯한 느낌이다. 모두가 이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까지 못 누리던 햇볕을 만끽한다. 영화관마냥 일렬횡대로 노천카페에 앉아 옆 사람과 대화가 어우러진 일광욕을 즐긴다.

내가 머물렀던 기숙사에서 10분 거리에는 ‘송스반’이라는 엄청난 크기의 호수 하나가 있다. 운동을 위해서라면 걷기보다 무조건 뛰는 것을 선호하는 노르웨이인들 사이에서 호수를 둘러싼 빽빽한 나무들을 따라 천천히 산책로를 걷는다. 고개를 위로 하면 하늘의 뭉게구름을 찌를듯한 나무들의 뾰족한 머리가 촘촘하게 솟아 있고, 옆을 돌리면 그것이 투명한 거울 안에서 일렁이고 있다. 겨울이 되면 엄청난 양의 눈 때문에 이곳은 천연 스키장으로 변신하여 그 지역 사람들 모두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고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노르웨이인들이라는 말답게) 여름이 되면 입고 있던 옷 훌렁 벗고 호수로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소시지와 맥주가 함께하는 바비큐파티와 함께.

나는 이 지상 낙원에서 여유를 배웠고 자연의 축복을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한국보다 3, 4배 비싼 물가와 조금은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삶이 소박한 사람들, 개인적인 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즉 그들 자신의 삶의 질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들 사이에서 나는 자연과 동화하며 그동안 찌들었던 나의 마음을 정화시켰다. 365일, 평화스러운 도시 오슬로에서.

이선경ㆍ신문방송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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