動物(동물)과 愛情交流(애정교류)

  野生動物(야생동물)의 생태를 세밀히 관찰하여 30여권의 방대한 <動物記(동물기)>를 저술한 EㆍTㆍ시이튼. ―그는 야생동물을 동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人間(인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리ㆍ곰ㆍ토끼ㆍ사슴ㆍ기러기ㆍ산양ㆍ살쾡이ㆍ여우 등의 出生(출생)→成長(성장)→최후의 순간 등은 主人公(주인공)ㆍ事件(사건)ㆍ背景(배경)이 있는 自然(자연)의 代敍事詩(대서사시)로 승화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야생동물을 種(종)인 集團(집단)으로 보지 않고 사람과 같은 이름을 가진 個人(개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야생동물의 거의가 로보, 워어브, 칼로우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이것은 <動物記(동물기)>가 단순히 野生動物(야생동물)의 생태를 기록한 自然科學書(자연과학서)가 아니라 ‘動物文學(동물문학)’으로 불리우는 所以(소이)이기도 하다.
  덫과 독약과 함정에도 잡히지 않던 커람포우의 이리王(왕) 로보. 그러나 로보는 덫에 걸린 애인 브랑카의 구출을 위해 자기가 선택한 운명에 순응, 브랑카의 옆에서 ‘바라던 最後(최후)’를 맞이한다.
  새끼 곰 시절 혼자로 버려져 ‘죽음의 골짜기’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灰色(회색)곰 워어브가 겪어야 했던 逃亡(도망)과 기아가 고독으로만의 一生(일생).
  이 世上(세상)에서 단 한사람 자기의 愛情(애정)을 받아들인 찜少年(소년)의 묘지를 떠날 수 없어 죽음을 감수하는 칼로우라는 이름의 이리.
  野生動物(야생동물)에게는 運命(운명)에의 거역이나 利己主義(이기주의)가 없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여 그 질서 속에서 最善(최선)을 다해 生存(생존)하고 미리 정해진 운명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 길이 孤獨(고독)의 길이며 기아의 길이며 逃避(도피)의 길이요, 체념의 길이며 심지어 죽음의 길이 되어도 이것은 슬픈音樂(음악)이다.

  그러나 이 슬픈 音樂(음악)은 黑人(흑인)들의 靈歌(영가)처럼 ‘自然(자연) 속의 人間(인간)’인 야생동물만이 울릴 수 있는 祝福(축복)받은 것이리라.
  ‘탈락山(산)의 王(왕)곰’ 재크의 코에 받아지는 새끼 곰 시절 자기를 길러준 사냥꾼 케르얀의 ‘꿀냄새’는 케르얀의 生命(생명)을 살려주었고 살려 준 케르얀에 의해 자기의 생명을 희생시키게 되었다. 動物(동물)의 本能(본능)은 교육받고 理性(이성)있는 人間(인간)이라는 존재보다도 더 高貴(고귀)한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대개 사냥꾼이지만 動物(동물)을 ‘사냥만 하는’ 敵(적)이 아니라 한 결 같이 동물의 愛情(애정)을 받아들이는 ‘친구’로 나타나 있어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동물의 習性(습성)에 대한 관찰과 이해는 저절로 연민과 友情(우정)으로 변모하여 나타난다. 그리하여 사냥꾼 얀은 그가 수개월 전부터 추적을 벌려 온 한 쌍의 뿔을 가진 샌드힐 수사슴과 불과 4미터 반을 사이에 두고 백양나무 아래서 마주섰을 때 겨냥대신 ‘言語(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마음과 感情(감정)이 통하는 친구의 말’을 던지는 것이다.

  ―나의 아우여! 우리는 成長(성장)하고 있다. 나는 그대가 모르는 여러 가지를 배웠고 그대는 人間(인간)으론 전혀 모르는 희귀한 感覺(감각)을 가지고 있다.
  저 불타가 깨달은 바를 나도 깨달았으매, 나는 다시는 그대를 만날 수 없으리라….
  美國(미국)의 畵家(화가)ㆍ博物學者(박물학자)ㆍ動物學者(동물학자)인 시이튼. 그가 6세 되던 어린 시절부터 생활의 定着地(정착지)를 찾아 灰色(회색)곰 재크처럼 英國(영국)에서 캐나다로 移住(이주)해야 했다. 귀족인 아버지의 권고로 미술을 공부했으나 아메리카와 캐나다의 국경지대인 슈피리어 호수의 울창한 삼림과 늪(沼(소))에 모여드는 野生動物(야생동물)의 경이는 그가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숲속에 오두막집을 지어놓고 그는 동물의 친구며 이해자, 그 자신이 한 마리의 야생동물이었다.
  파브르의 곤충기가 문학적 측면에서 본 자연적 습성의 기록이라고 부른다면 시이튼의 動物(동물)기는 문학적 정면에서 본 인위적 심리묘사의 기록이라고 비교할 수 있겠다. 낭만적 情景(정경) 속에는 주인공의 一代記(일대기)에 포함되어 있는 友愛(우애)ㆍ비애ㆍ사랑ㆍ貞節(정절)ㆍ해학ㆍ페이소스가 넘쳐흐르는 훌륭한 文學作品(문학작품)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이튼은 이 드라마틱하고 詩情(시정) 넘쳐나는 動物(동물)들과 같이 지내기 위해 全生涯(전생애) 삼분의 이를 록키山中(산중)에서 天幕生活(천막생활)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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