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後世界(사후세계) 묘사한 後佛幀畵(후불정화)

  佛敎繪畵(불교회화)②

  이 佛畵(불화)는 조선조 숙종 32년 그러니까 1694년에 완성된 17세기의 作品(작품)이다. 아마도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불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며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壬亂後(임란후)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걸작에 속하는 것이다.
  이 그림의 테마는 死後世界(사후세계)를 주재하는 冥府(명부)의 광경을 묘사한 것이다. 바로 절의 冥府殿(명부전)에 있는 後佛幀畵(후불정화)이다.
  중앙에는 地藏(지장)보살이 앉아있고 좌우로도 동일한 상이긴 하지만 중앙의 관을 쓴 모습 대신 중머리를 하고 있으며 善符童子(선부동자), 惡符童子(악부동자) 또는 鬼毒大王(귀독대왕) 等(등) 十大王(십대왕)ㆍ大帝(대제)ㆍ天衆(천중)ㆍ神將(신장)들이 前後左右(전후좌우)로 호위하고 있다. 전체 인물 수는 30명이 넘지만 3藏(장)을 중심으로 각자의 포지션이 잘 안배되어 있어 정연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모든 상은 선부동자는 선부동자대로 악부동자는 악부동자대로 天王(천왕)은 天王(천왕)대로 모두 독특한 인상과 모습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 筆線(필선)들은 힘이 있으며 세련된 기법이 어디에나 구사되고 있다. 장식 하나 옷자락 하나, 얼굴 하나의 선에까지 정묘하고 치밀한 정성이 마음껏 구사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도식화 되고 규격화 된 기법이 여기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모두 유려하고 정묘한 터치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특히 이 그림에서 이 작가가 가장 정성들였고 또한 가장 得意(득의)한 것이 색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李朝後期(이조후기) 佛畵(불화)가운데 아마도 永川(영천) 銀海寺(은해사) 居祖庵(거조암)의 後佛幀(후불정)과 쌍벽을 이룰 수 있으며 오히려 그 이상 가는 設彩(설채)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보통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조불화의 그 강렬하고 어지러운 색감은 전연 없고 부드럽고 안정된 감정이 저절로 들게 마련이다. 홍과 녹이 주조를 이루면서 판이나 정묘한 옷섶, 그리고 가장 강조되는 부분에 보통 불화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金泥(금니)를 하여 한결 장엄스럽게 하고 있으며 때로는 자색이나 흑색 등을 몇몇 像(상)들에 設彩(설채)하여 변화를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 사용된 색감은 은은하고 유려하며 침착 명랑하여 밝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또한 灌淡(관담)의 變化(변화)를 밀도 있게 구사하여 色調變化(색조변화)(톤)에도 극히 세련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作家(작가)는 能學比丘(능학비구)등 4人(인)인데 말하자면 공동작품인 셈이다. 원래 있었던 곳은 전라도 장흥의 안왕사였다는 것이 畵記(화기)에 적혀있다.
  하여튼 李朝後期(이조후기)의 불화이지만 그 정연한 구도와 유려한 필치 은은한 색감, 밀도 있는 농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어서 가히 壓卷(압권)의 아름다움을 이 그림은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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