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은 2차 대전을 일으켰었다. 패전 후 독일은 전쟁 책임자들을 처단했고, 자신들의 침략행위가 잘못이었음을 후세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침략을 주도했던 우익이 그대로 살아남아 사회의 주도세력이 되었고,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일본에 한국의 대중문화가 쓰나미처럼 밀려들어갔다. 처음에 ‘겨울연가’때만 해도 일부 주부들 사이의 유행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시대 일본 진출 이후에 전개된 신한류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한류가 일본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당연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라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우익이 살아남았다는 일본의 특수성이 더욱 반발을 키웠다. 우익은 일본 우월주의로 무장했고, 한국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한국의 문화가 자국 문화 위에 서는 것은 자부심에 심각한 상처가 된다. 우익은 어떻게든 한류에 흠집을 내려하고, 그것이 일본 대중의 애국심을 자극한다.

일본은 지금 장기간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중산층 중심 사회 구조도 무너져 양극화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엔 대지진, 방사능 유출 사고까지 있었다. 젊은이들은 분노한 상태다. 이럴 때 외부의 위협에 대한 반발은 그 분노가 배출될 아주 손쉬운 출구가 된다. 그래서 더욱 한류 위협론이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일본에서 일어나는 혐한류는 자연스러운 반발심과 우익의 악의적인 선전선동이 결합된 것이고 거기에 요즘 일본 대중의 불안심리가 기름을 부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처럼 일본의 혐한류 움직임에 하나하나 반발하며 네티즌이 집단적으로 댓글 전쟁을 벌여야 할까?

경기침체나 양극화로 인한 젊은이들의 불안심리는 한국도 똑같은 상황이다. 일본의 위협은 우리 젊은이들의 분노가 배출될 출구이기도 하다. 일단 한국 네티즌과 일본 네티즌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면 마치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인 것처럼 국가적 대립의식이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일본 내 신한류가 사라진다. 일본 사람들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한국가수나 한국드라마를 즐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일본은 이익이다. 한류로 인한 지출을 줄일 수 있으니까. 일본 우익도 이익이다. 국가간 대립으로 민족주의가 고조되면 우익의 정치적 기반도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손해다. 우리 문화를 더 이상 수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분노가 내부개혁이 아닌 외국과의 대립에 소모되는 것도 우리의 정치적 손해다.

따라서 혐한류에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각한 왜곡선전은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막연히 터져 나오는 반한류 움직임은 외국의 문화 침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넘길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한류 컨텐츠의 수준을 높여간다면, 일본 내에서 우익의 혐한류 선동은 소수로 고립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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