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프로그램 전쟁이 과열되고 있다.
잡코리아의 리서치에 따르면 유명 대기업의 인턴 경쟁률은 신입사원 공채만큼이나 높다. S그룹의 경우 상반기 인턴사원 모집 경쟁률이 2009년부터 꾸준히 100:1을 육박했다. W그룹의 경우 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인턴 채용 설명회는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붐비고, 취업정보 커뮤니티에서는 인턴 채용 문의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올라온다. 그야말로 인턴 전쟁이다.

인턴 선발 과정도 만만치 않아
올해 일부 기업이 인턴의 정직원 전환율을 높이면서 인턴은 ‘금(金)턴’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D건설은 인턴채용공고를 내며 95%를 2012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때문에 인턴이 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이 회사는 서류전형에서 인·적성검사, 면접전형, 역량검사 그리고 임원 면접까지 거친 후 최종 합격을 정한다. 신입사원 공채와 다를 바 없는 절차다.
S그룹도 올해부터 채용예정 인원인 700여 명 중 절반 이상을 상반기 인턴프로그램 이수자에서 선발하기로 했다. 최근 인턴프로그램 이수자의 정규직 채용이 증가하면서, 일부 대학생들은 취직을 위한 급행열차라고 여기기도 한다. 원하는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신종 비정규직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모든 인턴이 원하는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모두가 인턴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는 모자란 인력을 보충하려는 의도로 인턴을 채용하기도 한다.
광고 회사에서 3개월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던 A씨(신방3)는 주어진 일을 처리하여 직원들에게 넘겨주어도 피드백이 없어서 의아해했다. 인턴 마지막 날 용기를 내어 이유를 물어본 A씨에게 돌아온 대답은 “일처리가 미숙한 인턴에게 일을 맡기느니 차라리 우리가 하는 게 낫다”였다. 경험을 쌓고 배우러 온 인턴을 무안하게 하는 말이다.

국회에서 일했던 B씨(정외3) 역시 마찬가지. B씨는 의정 보좌 업무를 기대하며 인턴에 지원했다. 그러나 막상 일손이 많이 필요했던 국정감사가 끝나자 B씨가 할 수 있는 거의 없었다. 이미 인턴들이 많았기 때문. B씨는 “인턴은 많고 할 일은 없는 상황에서 나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많은 때만 필요해 날 뽑은 것은 아닌지 섭섭했다”고 말했다.

모든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다. 2009년부터 정부는 청년인턴제를 도입하면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인턴으로 고용해 정규직 전환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284개 공공기관의 청년인턴 1만4588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4.11%인 600명뿐이다. 청년 실업률을 줄이기에는 터무니없는 수치다. 오히려 변종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졸업생 C씨(28)는 2년 전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했다. 10개월 동안의 계약기간이 지났지만 C씨는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이 공공기관은 일반 계약직 T/O를 받지 못해 청년인턴을 뽑았다.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뽑은 것이다.

계약이 끝난 후 C씨는 또다시 공기업에서 청년인턴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공기업은 인턴에게 제대로 된 일을 주지 않았다. 청년인턴제를 확대하라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무작정 청년인턴을 뽑은 것이다.
C씨는 “정부가 청년인턴제를 통해 취업률을 올리려 하지만, 결국 잠깐 동안의 임시적인 일자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마구잡이식 인턴 지원도 문제
학생들의 마구잡이식 인턴 지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대학 사회과학대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대성기업의 박종석 인사과장은 “실무 경험도 중요하지만 졸업 후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며 인턴을 지원하는 학생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대학 취업지원센터 김해덕 계장 역시 “본인의 진로에 맞춰서 최대한 정확하게 목표를 설정, 인턴을 지원해야 한다. 마구잡이식 인턴은 본인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고 기업에서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규직으로 빨리 취직하고 싶은 마음에 적성에 대한 고민 없이 인턴을 하면 그 후에도 오히려 목표 없는 불안정한 구직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성공적 인턴과 취업은 모두의 과제
인턴은 실무에 나가기 전 경험을 쌓고 관심 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기업들은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일회용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 불안감과 인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더해져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올해 보험관련 대기업에 입사한 김동만(법학·11졸)씨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5주간 인턴 후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인턴 유경험자 채용풀(Pool)이 있어 입사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김 씨는 인턴기간 후에도 해당 기업의 지사에 직접 찾아가 자신을 어필했던 것도 성공취업에 한 몫했다.
인턴이 불안정한 취업 시장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열쇠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크다. 인턴프로그램을 공고히 하고 끊임없이 취업과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인턴의 근무 여건이나 복지 조건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인턴 지원자들의 마구잡이식 지원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 이상 인턴제도는 청년들이 각박한 취업시장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아니다.
정부의 대표적인 실업해결 대책이었던 청년인턴 제도는 결국 실효성을 이유로 지난해 폐지되기도 했다. 오직 취업률을 높이고자 제대로 된 대책 없이 청년인턴을 대거 양산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자 39만. 청년실업률을 내리고자 한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업은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마련을 통해 이용 가능한 고급인력을 키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구직자 모두가 인턴 활동을 지혜롭게 활용할 때다.

특별취재팀=이준석ㆍ김미영ㆍ윤설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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