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慧(지혜)롭게 사는 5章(장)

  ○…산, 바다, 푸르름의 계절. 南太平洋(남태평양), 그 너른 大海(대해)로 뛰어들어 훠이훠이 헤엄을 쳐보고 싶다. 시원한 물거품, 검붉은 피부…. 太陽(태양)은 여지없이 우리들의 감각을 鈍化(둔화)시키고 매섭게 신경을 긁어 놓는다. 60여일의 긴 여름방학―. 여기 기발한 着想(착상) 5題(제)를 실어 성가신 暴炎(폭염)과 팽팽히 맞서본다. (편집자)

  夏期放學(하기방학)이 시작되고 무더위가 다가선다. 年例行事(연례행사)처럼 節候(절후)는 찾아오고 또한 사람들의 푸념이 시작된다. 한적한 生活(생활)을 즐기는 이에게도 몇 번쯤은 있을 짜증, 여름이 와 暴暑(폭서)가 시작되는 것이다.
  비교적 西歐人(서구인)보다 自然感覺(자연감각)에 민감하다는 東洋人(동양인)에게, 우리들에게. 땀방울마다 묻어나는 뙤약볕. 약간의 권태로움. 그 한순간의 休止(휴지)를 위해 여름이 지루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불타는 念願(염원)으로 하여 포도송이 같이 매달리는 땀방울, 그 속에 집념의 열기가 內在(내재)하는 것이다.
  무더움은 피할 것이 아니라 반겨야 한다. 훔쳐야 한다. 그 여름을. 그 성숙에의 몸부림을. 한 낮 소나기가 지나간 후라도, ‘파라솔’을 접어들고 갈증 속의 ‘탄탈로스’와 악수하자. 來日(내일)의 시원한 물 한모금을 위해.
  避暑(피서)― 우스운 말이다. 소위 ‘신선하다’는 곳은 더욱 人波(인파)의 체온에 시달리고 있으니. 여름을 잃고 온갖 무리가 망설이는 피서지는 항상 숨이 막혀있다. 허세로서 무더움을 外面(외면)치 말자. 意慾(의욕)과 투지로서 여름과 뒤척거리자.
  ‘靜(정) 不暑(불서)’의 理論(이론)으로 러시아 惡器(악기) ‘발랄라이까’의 선율도 그려보자. 한 낮에 촛불을 든 ‘디오게네스’도 만나자.
  ‘시에스터 타임’이건, 원두막에서건, 백사장ㆍ계곡ㆍ音樂(음악)ㆍ책 속에서건 여름과 살자. 매미처럼 마냥 더위나 탓하지 말자. 태양은 늘 우리들 가슴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관 뚜껑에 못질 하는 소리’의 가을바람이 불현 듯 오기 전에 참된 여름을 이룩하자. 그리고 여름에 감사하자.

  풍요함으로 내닫는 땀방울은 집념의 결정체이다. 값싼 避暑行(피서행) 운운으로 스스로를 포기할 수 있을까. 검게 탄 얼굴로 뭔가 충실한 그 暴暑(폭서) 삼매경으로 뜨거운 季節(계절)을 안자. 暴炎(폭염)은 결실로 향한 陣痛期(진통기)의 美學(미학)이다.
  무조건 비능률적이니 답답하다는 피부에 닿는 ‘지극히 非生産的(비생산적)인 어휘’는 삼가자. 이열치열의 용기로 거리에 서자. 한 여름을 부채 속의 퇴색된 山水圖(산수도)처럼 멍청히 있을 것인가. 부채가 만들어 준 바람에 마냥 세월만 날릴 것인가.
  땀은 고등동물의 특권이다. 여름은 來日(내일)을 위한 전령사이다. 오늘로 하여 뜨거운 열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반가이 맞아야 한다. 어느 곳에서건 성숙에로 길동무하자. 神(신)의 눈물, 우리들의 땀방울이 맺혀 온다. “지난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冷汗三斛(냉한삼곡)도 준비되었으니 暴暑(폭서)여 오소서. ‘吊意避暑(적의피서)’로 여름을 훔친 자에게 榮光(영광)을, 榮光(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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