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慧(지혜)롭게 사는 5章(장)

  ○…산, 바다, 푸르름의 계절. 南太平洋(남태평양), 그 너른 大海(대해)로 뛰어들어 훠이훠이 헤엄을 쳐보고 싶다. 시원한 물거품, 검붉은 피부…. 太陽(태양)은 여지없이 우리들의 감각을 鈍化(둔화)시키고 매섭게 신경을 긁어 놓는다. 60여일의 긴 여름방학―. 여기 기발한 着想(착상) 5題(제)를 실어 성가신 暴炎(폭염)과 팽팽히 맞서본다. (편집자)

  ‘먹돌이’나 ‘먹순이’에게 ‘食慾(식욕)의 계절’이니 ‘馬肥(마비)의 계절’이 따로 없듯이 책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책읽기를 밥 먹기보다 즐거워하는 ‘미네르바’의 후예쯤 되는 학생들에겐 ‘燈火可親(등화가친)’의 계절이 따로 있을 수 없으며 三伏(삼복)더위라고 책읽기를 멀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찌는 듯한 더위와 작열하는 太陽(태양), 그 지루하고 나른한 오후에는 衣冠整齊(의관정제)하고 책 읽는 일이 얼마나 合理的(합리적)이고 능률적일 수 있겠는가.
  거리에 나가봐라. 강렬한 태양은 그대의 따귀를 내려칠 것이며 더위는 몇 천 톤의 무게로 그대를 압도할 것이다.
  여름에는 보자기만한 햇살이 잠깐 들렸다 가는 유곽 같다는 李箱(이상)의 그 답답한 하숙방이라도 좋다.
  에어컨이 훌륭한 등나무 그늘의 공부방이라도 좋고 선풍기가 돌아가든지 부채를 흔들어 대야 하는 그런 좁은 방이라도 좋다. 어떻든 책이 꽂혀있는 몇 권의 책이 포개어져 있는 그런 방이면 아무래도 좋은 조건을 구비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옷깃을 여미고 책을 들어야할 대다.
  知性(지성)을 云云(운운)하는 대학생이니 시시한 만화책 정도의 소설나부랭이를 펴들 者(자) 누가 있으랴. 땀은 콧등이며 이마며 가슴이며 염치도 없이 흐를 것이다. 三伏(삼복)더위의 독서에는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覺醒劑(각성제)인 것이다.
  땀이 젖은 손수건으로 닦아라. ‘산스타’니 ‘바이진’이니 하는 안약을 투약하지 않아도 정신까지 산뜻해질 것이다.
  되도록 두껍고 무겁고 책 냄새가 푹푹 나는 그런 책을 택하라. 평소에 겉장만 봐도 멀미가 나던 책이라면 더욱 좋다. 강의시간에 뒷자리에 앉아서 깜박깜박 졸던 과목의 참고서라도 또한 좋다. 어떻든 책에 몰두하라. 모든 정신을 책에 전념하여라.
  그러면 여러분은 그 시원하고 보람되고 황홀ㆍ찬란하고 이 세상의 모든 극치를 이루는 ‘讀書三(독서삼)매境(경)’에 도달할 것이다.
  여기에는 비용과 정력을 소비하지 않아도 피서할 수 있는 한 없이 시원한 바다와 심산유곡의 새소리와 녹음과 여울물, ‘아인슈타인’의 불가사의한 두뇌도 ‘나폴레옹’의 불굴의 투지도 여기에 모두 운집돼 있다. 또한 주말마다 ‘데이트’를 하고 싶었던 K양도 여기에서 만나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諸君(제군)들이여. 알아둘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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