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보단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난 10일, 11일 각각 펼쳐진 한일전과 청소년월드컵 스페인전은 이러한, 오묘한 경계선에 있던 경기들이었다.
축구팬들은 한일전 0-3패배로 가슴아파했지만 스페인과의 16강전서 선전을 펼친 20세 이하 대표팀에 대해 패배보단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 속엔 우리대학 축구부 이기제(체교4)도 있었다.

이기제는 콜롬비아에서 열린 U20 청소년월드컵에 참가해 활약을 펼쳤다. 본인에겐 다소 생소할 수도 있었던 왼쪽 풀백(이하 측면 수비수)으로 나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고 프리킥 상황에선 특기인 왼발킥을 선보였다. 본래 김진수가 왼쪽풀백에 서는 청소년대표팀이지만 김진수의 갈비뼈 부상과 왼쪽 수비자원 부족은 이광종 감독이 수비진을 구성하는 데 어렵게 했다.

이 감독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던 이기제를 풀백으로 내리는 강수를 뒀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대회 전 국내서 열린 수원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측면 윙어로 뛰며, 한 골을 기록했던 이기제는 분명  공격옵션이었다. 그러나 팀 사정상 자리를 옮긴 이기제는 공격시엔 정확한 롱킥을 바탕으로 전방의 공격진을 지원하는 데 일조했다. 수비시엔 수비간격을 잘 유지하면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기제는 공격 가담시 수비 뒷공간을 내주며 역습을 허용하고, 상대 공격진의 강한 압박에 주춤하기도 했다. 게다가 스페인과의 16강전 승부차기서 세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록 이기제와 한국대표팀의 여정은 16강전에서 멈췄지만 이기제에게 이번 대회는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비수로 뛰었던 점은 이기제가 더 좋은 미드필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현대 축구에선 윙어들에게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비력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 추세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풀백에서의 경험은 이기제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미드필더로 거듭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선수 본인에게도 더 큰 무대를 향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지금 당장에는 우리대학 축구부 전력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

대회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더욱 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던 이기제가 이번 월드컵에서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더욱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비난보단 응원과 격려를 보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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