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수인터뷰] 김갑기 (국어국문학과) 교수

미당 서정주, 무애 양주동, 석전 이병주. 이 셋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했던 꿈 많던 문학 청년이 지금 정년퇴임을 앞둔 노교수가 됐다. 1965년에 우리대학에 입학한 국어국문학과 김갑기 교수는 당시를 회상했다.

“미당 선생은 풍류를 아시는 분이셨어요. 강의실보다는 학교 앞 주점에서 강의를 더 많이 했다고 해야 할까? 허허. 무애 선생은 정말 박식하신 분이셨죠. 정말 지혜를 사랑하는 애지자(愛知者) 다운 면모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석전 선생께서는 강의에 엄격하시고 항상 쓴소리를 하시곤 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도록 이끌어 주신 은인이시죠.”
그의 대학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강원도 강릉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하여 마땅한 거처 없이 친척집을 전전했다. 더구나 60년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으로 수업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어렵게 학업을 마친 그는 고등학교 교편을 잡기도 했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룬다는 뜻이죠. 나 역시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교수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했어요. 나 같은 시골 촌뜨기도 해내는데 우리 후배들은 반드시 뜻을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그가 인터뷰 내내 말끝마다 붙인 말은 ‘아쉽다’였다. 이제야 비로소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떠나야한다는 것이다. 그의 아쉬움은 곧 학교와 학생에 대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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