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궤(되찾은 조선의 보물)
혜문 스님
동국대학교 출판부
12,000원  /  276쪽
환지본처(還至本處).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혜문스님이 펴낸 ‘되찾은 조선의 보물, 의궤’에는 책의 저자 혜문스님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게 빼앗겼던 ‘조선왕실의궤’를 환수해 오는 과정과 노력이 그림처럼 생생하게 담겨있다.
혜문스님은 1998년 봉선사에서 출가하여 2005년부터 부당하게 반출된 불교문화재 반환운동에 참여하면서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를 본래 있던 ‘제자리’로 찾아오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제자리’를 찾는다는 것의 의미는 혜문스님이 걸은 불교 정신에 입각한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본래의 자리 ‘정토’란 원래 부처님이 설파한 ‘진실, 양심’의 가치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혜문스님과 의궤환수위원회, 그리고 함께 힘쓴 모든 사람들이 걸어온 4년의 길은 경술국치 35년간 빼앗겼던 민족의 자존심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인고의 길이었다. 이 책이 단순한 학술도서의 범주를 넘어 독자에게 ‘진실’에 대한 또 다른 시각과, 그동안 우리가 지키지 못한 진실에 대한 회고와 회한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1964년 한일협정을 맺을 당시 1천4백여 점의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면서 문화재 반환에 관한 청구권을 포기한 상태다. 그렇기에 올해 일본 황실 궁내청으로부터 의궤를 환수해 온 일은 환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의궤는 조선왕실 행사가 기록된 그림 문서인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명성황후의 장례식의 기록이 담겨있다.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2년 2개월만에 국장을 치르게 된 명성황후의 안타까운 역사는 혜문스님이 의궤환수를 위해 싸우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명성황후를 살해하는 데 쓰였던 ‘히젠도’라 명명되는 칼에는 ‘늙은 여우의 목을 베다’라고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칼은 지금도 일본 궁내청에 귀중품으로 보관되어 있다.

결국 혜문스님의 노력은 을미사변에 분노한 안중근의사의 저격사건과 을미의병의 연장선인 것이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진실된 사죄를 한 적도 없다. 최근 일제강점기 때 빼앗긴 문화재가 ‘인도 및 기증’을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오고는 있지만, 마음 없이 몸만 오는 것과 다름없다. 책에서 혜문스님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죄,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 빼앗긴 문화재를 ‘인도 및 기증’이 아닌 ‘환수’를 통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한다고 함이 바로 이 때문이다.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깬다.’ 명성황후의 넋이 혜문스님의 노력으로 다시 조국으로 돌아온 만큼 이제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고이 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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